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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준비된 ‘덕후’?…젊은 자수성가는 어떻게 대륙을 삼켰나
- 중국 26∼35세 자수성가 부호 10명…평균 자산 7150억원
- 소형 무인기ㆍ온라인 게임ㆍ공유서비스 등 ‘테크 분야’로 창업
- 마니아 형ㆍ여러 분야 거친 창업준비 형ㆍ새 시장 만든 유형 등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좋아하는 것이라면 미친듯(?) 매달렸다. 창업을 위해 기술뿐 아니라 영업ㆍ관리 분야 지식도 익히며 차분히 준비했다. 지금껏 없던 업(業)을 만들어 시장을 뒤바꿨다.

이 세 가지는 1980년 이후 태어나 대륙이 주목하는 억만장자로 성장한 젊은 자수성가 기업인의 전반적 특성이다. 중국 후룬(胡潤)연구소 등이 지난달 집계한 ‘바링허우(80後ㆍ26∼35세)’ 억만장자 27명 가운데 무일푼에서 시작한 이는 14명이다. 

왕타오(왼쪽) DJI 창업자와 린치 요우주 창업자

그들 대부분은 소위 ‘테크(Tech)’분야에 종사한다. 14명 중 10명이 소형무인기ㆍ온라인게임ㆍ모바일 플랫폼 등을 활용해 몸값을 키웠다. 1인 당 평균 40억위안(7150억원) 규모 순자산을 갖고 있다.

중국 젊은 부호 맨 앞자리에 선 이들은 어떻게 사업을 일궈 지금의 자리를 꿰찼는지 살펴봤다.

▶ ‘덕후’, 태풍의 길목에 서다 = 무인기(드론)생산업체 DJI(大疆創新ㆍ다장촹신) 창업자 왕타오(王濤ㆍ35)는 대륙 바링허우 자수성가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그는 어렸을 적 헬리콥터에 심취한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어 ‘오타쿠(御宅)’의 한국식 신조어)’였다. 어린시절 대부분을 모형헬기와 함께 보냈다. 

왕타오 DJI 창업자

그의 ‘헬기앓이’는 계속됐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왕타오는 대학 4학년 때 헬기 제어시스템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삶의 목표를 찾았다. 수업을 건너뛰며 하루 16시간씩 이 과제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드론 시험중인 왕타오 DJI창업자. [출처=홍콩과기대 홈페이지]

결국 그는 2006년 학교 기숙사에서 DJI를 세웠다. 장학금까지 털어넣을 만큼 일에 매달렸다. 초기엔 드론 부품을 팔아 직원들 월급을 간신히 줬다.

하지만 도약의 기회가 왔다. 기세는 태풍 같았다. DJI는 해외판매 2년 만인 2011년 북미지사를 세웠다. 지난해엔 세계 상업용 민간드론 시장 70%(골드만삭스 집계)가량을 장악했다. 왕타오의 개인자산도 220억위안(3조9300억원)을 찍었다. 

린치 요우주 창업자

온라인 게임업체 요우주(游族網絡)를 세운 린치(林奇ㆍ34)도 왕타오 못잖은 덕후였다. 현지매체 ‘기업관찰가(企業觀察家)’는 그를 “게임에 푹 빠진 불량소년이었다”고 평했다. 린치 자신도 “넉넉한 게임비용과 라면, 그리고 놀러 나갈 기회를 잡는 것”이 어린시절 꿈이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2009년 자신의 꿈을 게임회사 창업으로 승화했다. 대학 졸업 후 게임과 관련 없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했다 두 차례 실패한 뒤였다. 

요우주가 출시해 인기를 끈 게임 ‘36계’포스터

창업 직후 출시한 게임 ‘36계(三十六計)’등으로 요우주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전체적인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도 급성장해 2012∼2013년간 사용자 수는 249%, 매출은 247% 늘었다. 요우주도 선전증시에 상장하며 승승장구한다. 올해 린치의 개인자산은 작년 대비 73% 뛴 95억위안(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 기술→판매→관리 두루 섭렵한 ‘창업준비형’ = 허즈타오(何志濤ㆍ33) 리엔루어(聯絡互動) 회장은 창업을 위해 여러 직종을 거친 케이스다. 중산(中山)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직후 엔지니어로 사회생활 첫발을 뗐다. 그 뒤 영업직으로 전환했고,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한 후엔 관리직을 맡았다. 
  
허즈타오 리엔루어 회장

그 외 다른 기업 두 곳을 거치며 경력을 쌓은 허즈타오는 졸업 5년이 지난 2007년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지금의 리엔루어를 세웠다. ‘중국인에게 가장 알맞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표방한 리엔루어(聯絡)OS를 주력상품으로 앞세운 그의 회사는 2009년 선전증시에도 등록하며 크게 성장했다.

허즈타오의 OS를 쓰는 사용자는 작년에만 9100만명이 늘었다. 중국증권망은 “(리엔루어OS 누적 이용자 수는 여러 지표에서) 샤오미 사용자 숫자와 맞먹는다”고 평했다. 올해 순이익은 1억9000만위안(3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분석가들에 따르면 리엔루어의 주가수익률(PER)도 100배 이상 뛴 상태다. 

리엔루어OS 배경화면 모음. 회사 측은 “중국인에게 최적화한 운영체제”라고 설명한다. [출처=리엔루어 홈페이지]

10월 기준 개인자산 85억위안(1조5170억원)을 손에 쥔 허 회장은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독립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계속 키우고 있다. 이미 선전 증권가에선 “허즈타오가 알리바바ㆍ텐센트 등 중국 거대 IT기업 투자 제의를 수차례 거절했다”는 소식이 널리 퍼진 상태다. 장기간 창업을 준비해 성공한 자신감의 발로다. ‘남방인물주간(南方人物週刊)’ 등 언론들이 허즈타오에게 “인터넷업계의 신귀족”이란 호칭을 붙인 이유다.

허 회장은 최근 아베간트(Avegant) 등 미국 가상현실기술기업과 합작하며 사업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차량공유ㆍ뉴스큐레이션…판 뒤집는 ‘시장전복형’=올 들어 자산 65억위안(1조1600억원)을 찍은 청웨이(程維ㆍ32) 샤오쥐과기(小橘科技ㆍ현 디디콰이디) 회장은 자사의 차량공유서비스 디디다처(滴滴打車)를 통해 ‘공유경제’라는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청웨이는 2005년 알리바바에 들어가 기업 간 거래(B2B) 업무를 맡았다. 2011년엔 알리바바의 기업ㆍ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 임원까지 승진했다. 7년간 온라인 마케팅 분야를 경험한 그는 알리바바를 나와 2012년 샤오쥐과기를 세워 택시잡기 앱 디디다처를 출시한다.
   
청웨이 디디콰이디 회장

2년여간 회사는 빠르게 컸다. 디디다처 이용자는 작년 상반기 1억명을 넘겼다. 올 2월 중국 내 경쟁사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해 ‘디디콰이디(滴滴快的)’로 출범한 후엔 더욱 승승장구 중이다. 6월 청웨이 회장 발표에 따르면 총 사용자는 2억명. 택시 기사의 80%가 디디콰이디를 쓰고 있다. 9월 현재 디디콰이디가 유치한 투자금액만 45억달러를 넘겼다.

미디어업계 판도를 뒤집고 있는 신흥부호도 있다. 뉴스큐레이션업체 ‘투데이헤드라인(今日頭條)’을 세운 장이밍(張一鳴ㆍ32) 회장이 대표적이다. 2005년 톈진 난카이(南開)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4번의 실패 끝에 2012년 8월 모바일 기반의 이 업체를 창업했다.
     
장이밍 투데이헤드라인 회장

장이밍의 사업은 중국의 뉴스 구독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38개월 만에 충성사용자 3억1000만명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매일 판매투데이헤드라인을 찾는 이용자만 3000만명 이상이다. 현재 중국 현지 언론매체 37곳이 이 사이트와 제휴했다.

장 회장의 몸값 또한 부쩍 높아졌다. 포브스 중문판은 그를 2015년 30대 젋은 창업자 30명 중 한사람으로 뽑았다. 현재 장 회장의 기업가치는 32억위안(5720억원)에 달한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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