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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합병되지만 의연한 처신 돋보인 삼성정밀화학 노사
롯데로 매각되는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비대위는 롯데의 인수를 적극 지지하는 성명 발표에 이어 “삼성과 롯데의 성공 DNA를 융합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란 다짐까지 했다. 통상 인수·합병(M&A) 대상이 된 기업 노조는 무조건 ‘매각 반대 투쟁’에 나서는 게 거의 관행화돼 있다. 특히 반대 수위가 높고 격렬할수록 매각에 따른 위로금 등 이른바 ‘고물’의 크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생떼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한화로 소속이 달라진 한화종합화학만해도 그렇다. 새로 설립된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일삼는 바람에 한화의 중장기 사업 재편 계획은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회사 인수과정에서 55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최상의 대우를 약속을 했음에도 노조의 파업은 밥먹듯 계속됐다. 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으로 즉시 적용하고 56세 임금피크제를 58세로 늦추자고 하는 등 노조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결국 사측은 울산 공장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대규모 소송에 들어간 상태다. 함께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노사 갈등과 반목의 골만 더 깊어진 것이다.

그러나 삼성정밀화학 노사의 대응은 달랐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만연한 노조의 생떼쓰기 행태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노사가 공동 이익과 인수합병의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삼성정밀 노조도 목소리를 높이면 얼마든지 ‘잇속’을 챙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의 개인적 이득보다 초일류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회사라는 꿈과 목표가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파업 타성에 젖어 달라지지 않고 있는 노동계에 경종이 될 만하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업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수출은 급락 추세다. 최근 10년 사이에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41%가 물갈이 되고 조선 기계 건설 등 국가 경제를 좌우했던 중후장대(重厚長大)기업들 조차 휘청거리고 있다. 사업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경영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계열사나 사업부서를 인수 합병하는 선택과 집중은 필수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제 밥그룻 챙기기식 투쟁은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기업이 있어야 근로자와 노조도 존재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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