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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여성ㆍ청년 취업’ 돕는 데 인생을 건 인도 IT계 대모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백인 선호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유독 ‘인도 파워’는 거세다. 실리콘 밸리 인력의 절반 이상이 인도인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현 최고경영자(CEO)도 모두 인도 출신이다.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는 라다 바수(왼쪽) 아이메리트 창업자

하지만 여성은 예외다. 여성인권이 열악한 인도 사회 특성상 대다수의 소녀들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정보기술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현실을 바꿔보겠다며 지난 2012년 한 여성 기업가가 전면에 나섰다. 바로 라다 바수(Radha Basuㆍ65)다. HP 임원 출신인 바수는 고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인터넷 및 각종 디지털 기술 활용법을 가르쳐 사회진출을 돕고 있는 ‘인도 IT업계의 대모’다.

바수가 2006년 남편과 함께 설립한 비영리 재단 ‘아누딥(Anudip)’은 IT교육에서 배제됐던 여성, 난민, 소수민족들을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ㆍ데이터 분석ㆍ전자상거래 등의 디지털 교육을 실시해왔다. 동시에 미국과 인도에 세운 IT회사 ‘아이메리트(iMerit)’는 이들을 채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메리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게티이미지 등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아이메리트의 여성 직원들

실제로 아이메리트엔 250여명의 인도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히잡을 두른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인도 여성들의 모습은 이 회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다. 이들은 과거 가족들이 벌어들인 것보다 10배나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수의 이같은 헌신은 지난 달 대규모 투자유치로 결실을 이뤘다. 세 명의 억만장자가 아이메리트에 총 350만달러(한화 약4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델 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ㆍ자산 190억달러)과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이어(Pierre Omidyarㆍ자산 82억달러) 그리고 인도 출신의 벤처 사업가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ㆍ자산 17억달러) 코슬라 벤처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메리트 투자자들. 피에르 오미다이어 이베이 창업자,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 벤처스 창업자(왼쪽부터)

피에르 오미다이어 회장은 이미 아이메리트가 2012년 출범할 때부터 거액을 투자해 바수의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다. 코슬라 대표도 “바수가 아이메리트를 통해 수백만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다.

이번 투자로 아이메리트는 앞으로 5년간 지사를 6개에서 15개로 늘릴 계획이다. 바수는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과 기타 다른 나라의 청년 6000명을 채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바수는 여성을 비롯한 청년층의 취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가난의 덫에 빠져 사회ㆍ경제적으로 혜택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어 왔다.

아이메리트는 여성들에게 IT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해 인권신장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바수는 사회적 기업가이기 이전에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공학도였다.

캘커타대ㆍ뭄바이대와 함께 인도의 주요 명문대로 꼽히는 마드라스대에 진학한 그는 1970년대 당시 여성으로선 흔하지 않게 전자공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졸업할 당시 2800명의 학생 중 여성은 17명에 불과했다. 이후 바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진학해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HP에서 R&D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1999년까지 20년간 근무하며 HP의 인도 사업확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HP를 나와 처음 창업한 자동화 소프트웨어 업체 ‘서포트소프트(SupportSoft)’를 1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경영에도 수완을 보였다. 하지만 바수의 최종 관심사는 ‘청년’이었다. 2006년 대학 졸업자 중 30%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거리를 전전하는 상황을 보다 못한 바수는 서포트소프트를 그만두고 젊은이들의 취업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바수가 설립한 아누딥 재단의 교육을 받은 청년만 5만5000명에 달한다. 이 중 80%가 일자리를 찾았다.

라다 바수와 아이메리트 직원들

여성 공학도에서 한때 미국 최고의 컴퓨터 회사 임원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던 바수는 이제 청년들의 미래설계를 돕는 사회적 책임감까지 보여주면서 고국에서 존경받는 기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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