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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곱디 고운 신승훈의 발라드… ‘그와 찬란한 가을을 느껴볼까’
데뷔 25주년 정규11집 ‘아이엠…’발표
그동안 힙합등 다양한 장르 접목시도
8년만에 ‘이게 나예요’등 6곡 선봬

“자극적 훅·지나친 슬픔은 배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슬픔이 묻어나는 곡”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싱어송라이터 신승훈(48)이 정규 11집 ‘아이엠 앤 아이엠(I am...&I am)’을 발표했다.

앨범은 파트1, 2로 나뉘어 각각 6곡씩 담겨있다. 파트1은 지난 29일 공개됐고, 더욱 다채로운 음악적 장르를 담아낸 파트2는 오는 10일 발매된다.

이별을 노래한 애절한 발라드 ‘이게 나예요’를 비롯해 배우김고은과 듀엣으로 부른 ‘해, 달, 별 그리고 우리’, 결혼 축가로 사용할 수 있는 ‘우드 유 메리 미’, 팬레터에 대한 답장격으로 풀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는 ‘아이 윌(I Will)’, ‘사랑이 숨긴 말들’, ‘아미고(Amigo)’ 등 6곡이다.

신승훈의 신보는 한마디로 ‘신승훈스러운’ 것과 ‘비(非)신승훈스러운’ 것의 조화이다. 이것은 기존과 실험, 익숙함과 낯섦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의 문제와 상통한다.


신승훈은 한국 발라드 시장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확보해낸 보컬리스트다. 곱디 고운 미성으로 여성의 감성을 가장 잘 건드리는 발라드 가수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1집 히트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사랑’ ‘처음 그 느낌처럼’ ‘그후로 오랫동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아이 빌리브’ 등으로 최고의 발라더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 신승훈은 2000년대후반부터 음악적 자아를 찾는 실험과 여정에 나섰다. 2008년 ‘라디오를 켜봐요’ 등 모던록에 도전한 프로젝트 앨범 ‘3 Waves of Unexpected Twist’의 첫번째 시리즈 ‘라디오 웨이브’와 2009년 ‘사랑치’ 등 알앤비풍의 노래들을 대거 선보인 두번째 시리즈 ‘러브 어 클락’은 신승훈의 변신과 실험, 도전의 산물이다. 이 두 앨범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음악적으로 신승훈의 감성을 확장시키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13년에는 ‘소리(Sorry)‘가 실린 세번째 프로젝트 음반인 ‘Great Wave’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재즈와 힙합이 만난 Jazz-Hop과 브리티시록, 발라드, 디스코풍의 신곡들이 실려있다. 그래서 신승훈은 발라드뿐만 아니라 브리티시팝, 록, 힙합, 재즈,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해 새로운 신승훈의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훨씬 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구축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메탈도 좋아하는데, 목소리가 자신과 안어울리고, 머리를 기르면 엄마에게 혼날까봐 안부른다고 했다.

이런 실험을 거쳐 8년만에 내놓은 이번 정규앨범은 신승훈스러운 음악에 더 가깝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을 거쳐 초기 신승훈 그대로 돌아온 단순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실험과 자아발견 등이 뒤섞인 신승훈스러움이다. 초기 신승훈과의 차이라면 좀 더 담백해졌다는 것이다.

“‘이게 나예요’에는 자극적인 훅이나 지나친 슬픔은 배제했다. 펑펑 울 때보다 나 안 울어 하고 나서 울 때가 가장 슬프다.그런 감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이 묻어나는 곡을 쓰고 싶었다.”

신승훈이 노래를 만들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진정성이다.조금이라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한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도자기 장인이 완성된 도자기를 망치로 깨는 모습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분들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신승훈은 음악을 만들때 진짜의 감정,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가장 중시한다. 대개는 지방의 펜션에서 송캠프를 열고 음악 작업을 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청평의 예쁜 펜션에서 10분만에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번에도 ‘우드 유 메리 미’는 3시간만에 작곡했다. 좋은 곳에서 음악을 만들면 좋은 노래가 나온다는 지론을 가진 그는 수도권의 예쁜 펜션들을 모두 꿰뚫고 있다.

신승훈은 두번째 여자와 헤어진 9집을 끝으로 가사를 직접 쓰지 않고 양재선이나 심현보, 김이나 등 전문작사가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자신이 직접 모든 걸 다 쓰면 이별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승훈은 슬픈 감성 분석 전문가다. 슬픈 감성을 애절, 처절, 애잔, 애틋 등 자기만의 네 가지 방식으로 분류해 세세하게 표현해낸다.

신승훈은 이번 11집을 음악인생 시즌2의 시작이라 밝혔다. 개인적으로 그의 표현방식이 참 좋다. 멀어져 가는 사랑을 잡기 위해 울부짓거나 방방 뜨지 않고, 오히려 청아해지고, 절제되고, 단정해져 감성을 배가시키는 방식이어서다. 신승훈의 ‘이게 나예요’등 신보를 들으며 찬란한 슬픔의 가을을 느껴보자.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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