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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인데 농작물 풍작·가격폭락…이해가 안가네…
가뭄 피해 충청지역에 집중
풍작 배추·무 재배지역 안겹치고
한발에도 공급용수로 해결 가능
태풍·홍수가 가격에 더 큰 영향



주부 김정미(45) 씨는 얼마전 텔레비전을 보다가 농민들이 배추 수확을 포기하고, 줄줄이밭을 갈아엎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배춧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란다.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올해는 가뭄이었다고 했다. ‘가물었으면 배추 공급이 달리고, 공급량이 줄면 가격이 뛰어오를텐데, 왜 배춧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멀쩡한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힘들게 됐을까…’.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김 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랬다. 과거엔 그랬다. 가물면 아무래도 공급 부족이 일어난다. 공급이 적으면 수요를 맞추지 못하기에 값은 폭등한다. ‘사재기’가 일어나는 배경 역시 똑같다.

과거 가뭄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10여년 전만 해도 “폭염ㆍ가뭄에 배춧값 파동이 예상된다”는 경고음이 일찍부터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대부분 김 씨처럼 생각했을 이 ‘방정식’은 틀렸다. 시대가 달라졌다. ‘가뭄의 유통학’ 역시 변한 것이다. ▶관련기사 3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3일 “가물었다고 채소 가격이 껑충 뛰고, 급기야 파동으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면 요즘엔 ‘뭘 모르는 소리’라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며 “가뭄에 따른 채소 공급 매커니즘이 바뀐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고 했다.

실제 가뭄인데도 불구하고 배추와 무는 올해 풍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배추와 무는 주로 강원도와 해남, 충청지역에서 재배된다. 그런데 올해 가뭄피해 지역은 충남지역인데, 이곳은 별로 재배를 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배추와 무에 가뭄이 미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설령 가뭄일지라도 최소한의 공급용수를 대면 피해를 줄일 수 있기에, 올해 공급량은 넘쳐나는 것이다. 당진의 경우 배추 주산지이기는 하나 가뭄 직전에 다 자랐고, 배수시설이 잘돼 있어 작황에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소 등이 가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과거와 달리 노지재배가 적고 시설재배(비닐하우스)가 많아 가뭄보다는 오히려 일조량이 수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채소에 관한한 가뭄이 오늘날엔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뭄보다는 생산량에 따른 수급 문제가 가격에 변수로 작용한다”며 “그런 점에서 가뭄보다는 태풍이나 홍수가 더 걱정인 시대가 됐다”고 했다.

과일 농가가 태풍에 크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풍이 일면 낙과가 다수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는 심각한 해를 끼칠 정도의 태풍이 없었기에 일부 과일은 공급량이 넘쳐 문제가 되고 있다. 사과의 경우 올해 생산량이 20% 늘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과는 요즘 수입산이 많이 들어오기에 사과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양파와 마늘 값이 뛴 것도 가뭄과 크게 상관이 없다. aT 관계자는 “양파와 마늘은 최근 2년간 생산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농민들이 품목을 바꿨는데, 올해는 거꾸로 생산량 급감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가뭄에 따른 수요와 공급이라는 전통 방정식이 바뀌다보니 유통 매커니즘도 복잡하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유통가 역시 수급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유통가는 최첨단 저장시설을 갖추는 등 난해하게 돌아가는 채소 등의 수요ㆍ공급 조절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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