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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산업디자인, 예술영역을 넘보다
디자인 플랫폼, 창조와 융합의 가치를 더하다
1919년 설립 ‘바우하우스’ 가 산업디자인 시초
1차대전후 소비붐에 규격화·생산방식 등 개선

1936년 출시 카메라 ‘벤텀 스페셜’의 금속줄
기술상 문제를 미학적 관점서 해결한 좋은 예

車디자인은 공기저항 감소-대중의 요구 절충
제임스 다이슨의 ‘날개없는 선풍기’는 충격적



조나단 아이브 없는 애플을 상상할 수 있는가? 칼 라거펠트 없는 샤넬은? BMW가 크리스뱅글을 고용하지 않았다면?

그렇다. 산업과 디자인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다. 심지어 디자인 역량이 기업 역량으로 읽히기도 한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전략으로 디자인을 차용하는 것부터, 특정 기업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디자인으로 드러내는 것까지 산업디자인은 끊임없는 진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디자인과 산업이 처음부터 ‘소울메이트’였던 것은 아니다. 아니 ‘산업디자인’이라는 분야도 없었다. 산업혁명 초기인 1871년 토목공학자인 차라 콜번은 “공학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상업적 이익이다. 

진정한 기술자라면 빈약한 메커니즘을 묵인한 채 형태나 비례 따위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최선의 기계적 해법을 찾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디자인에 냉소적이었다. 미학과 실리주의는 양립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풍미했던 시대였다. 


현대에서 말하는 산업디자인은 20세기에 들어서야 찾을 수 있다. 1919년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한 ‘바우하우스’가 그 시작이다. 그로피우스는 1923년 ‘바우하우스 생산의 원칙’이라는 글에서 “바우하우스의 공방은 본질적으로 대량생산에 적합하며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상품들의 원형을 조심스레 개발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실험실”이라고 정의하며 “이 실험실에서 기술과 형태에 모두 능통한 완전히 종류가 새로운 산업과 공예 훈련자들을 훈련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적 산업디자이너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출현한다. 전쟁으로 생산능력이 늘어난 미국은 소비 붐에 휩싸였다. 자본투자가 늘어난 만큼 대량생산이 가능했고, 비용을 줄이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규격화ㆍ합리화ㆍ생산방식의 개선이 시작됐다.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시각적 형태 즉, 디자인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디자인은 상업과 산업활동의 필수적 존재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존 허스켓 시카고 일리노이 공대 교수는 “디자인이 대량생산과 판매라는 노동분화 속에서 하나의 전문적 활동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한다.

초기 산업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꼽히는 월터 도윈 티크(1883-1960)는 코닥(Kodak)사와 작업을 통해 산업디자인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1936년 발표한 소형카메라 벤텀 스페셜(Bantam Special)에는 가는 금속줄이 가로로 쳐져있다. 장식 같지만 래커 코팅을 해야할 표면적을 제한하기 위해 몸체를 금속 줄로 감은 것이다. 이 가는 줄이 흠이 생기거나 금이 갈 위험성을 현저히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기술상의 문제를 미학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레이먼드 로위(1893-1986)가 1935년 디자인한 시어스ㆍ로벅사의 ‘콜드스팟’ 냉장고는 디자인이 제품 판매에 대단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냉각장치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초기 냉장고를 앞 뒤에 합판을 대어 문을 만들고 흰색 애나멜 처리를 해 현재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형태로 제작했다. 내부엔 여러 용기를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 연간 1만5000대 였던 판매량이 5년 만에 27만5000대까지 늘어났다.

대표적 산업디자인 분야로 꼽히는 자동차 디자인은 ‘절충’의 과정이었다. 공학은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을, 대중은 ‘차는 으레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특정한 스타일을 주장했고,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었다.

혁신적 변화보다 점진적 변형이 대중에게 어필했다. 페르디난드 포르셰가 디자인한 폭스바겐은 유선형을 잘 채용하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친근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이름에 걸맞는 ‘폭스바겐(국민차ㆍvolks’ wagen)’의 반열에 올랐다.

디자이너들은 기능ㆍ심미를 넘어 재료의 변화도 추구한다. 더 쉽게,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편안한 경험을 할수 있도록 말이다. 세기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찰스 임스(1907~1978)의 1955년 ‘스태킹 사이드 체어(stacking side chair)’가 그 좋은 예다. 폴리에스테르 성형재와 금속 튜브로 만든 이 의자는 단단하고, 편안하며, 가볍고, 공간도 적게 차지해 세기의 디자인으로 꼽힌다. 수많은 카피를 양산하며 전 세계에 가장 널리 보급된 저가형 의자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혁신으로 답한 사례도 있다.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68)의 날개없는 선풍기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디자인에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디자이너”라며 “다이슨은 가치중립적인 기술을 디자인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디자인은 기술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예술적 성취에까지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찮은 ‘꾸밈’이라 취급 받았던 디자인은 편리함의 대명사인 기술을 넘어 예술의 경지까지 넘보고 있다. 디자인이 플랫폼으로 다른 산업을 통합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도 좋은 형태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ㆍ영업에 따르는 모든 전략적 고려까지 포함해야 좋은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산업디자이너 아릭 레비의 말이다. 디자이너의 어깨에 올려진 짐의 무게가 새삼스러운 이유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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