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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투트랙’ 물꼬 튼 韓日정상
2일 한일 정상회담의 화두는 위안부 문제였다. 이 문제 때문에 한일 관계는 3년 반동안 외교 암흑기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소 닭 보듯’ 하는 사이가 돼 양국 수교 50년 만에 최악의 관계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해 아홉 차례의 국장급 회담과 수 차례의 외교장관 협의가 정상회담 이전에 긴밀하게 진행됐다.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쥐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미일 3각 공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압박도 위안부 문제의 진전을 기대케 하는 요소였다.

그렇게 어렵게 머리를 맞댄 두 정상이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두루뭉술한 내용에 그쳤다. 일본의 사죄나 책임인정 등 근본 해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은 세월이 얼마인데 무엇을 더 기다리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정도의 알맹이 없는 합의를 하려고 양국 정상이 3년 반을 허비하며 으르렁댔냐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도 있다. 한일 관계는 어떤 면에서 남북 관계를 푸는 방법과 맥을 같이 한다. 남북 관계의 최대 현안은 북핵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도적 교류와 경제협력 등 모든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하면 한반도 통일을 위한 프로세스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한일 관계가 위안부 문제에만 매몰되면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한 안보ㆍ경제ㆍ문화 교류도 모두 끊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양측의 공동 관심사를 매개로 호혜적 협력 관계가 조성되면 입장차가 큰 이슈에도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도덕적 우위에 있는 이슈다. 국익 차원에서 본다면 위안부 문제가 양국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도록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사 문제와 경제ㆍ안보를 분리해서 다루는 투트랙 외교를 진작부터 추진해 왔더라면 일본의 ‘중국경사론’ 주장은 힘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도덕적 우위에 있는 위안부 문제에서 아베정부가 지금과 같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비정상의 한일관계를 바로잡아 북핵 등 대북 공조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블록경제 대응, 무역역조 개선, 일본내 혐한(嫌韓) 기류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양측의 소통과 협력 범위가 넓어지다보면 입장차가 큰 난제를 푸는 일도 이전보다 수월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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