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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정화 확정고시, 국론 분열은 어찌 수습할 건가
정부는 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했다. 역사학계는 물론 사회 각층의 거세게 반발하는데도 국정화를 끝내 확정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촉발한 이른바 ‘역사 전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참담했다. 승자는 없고 ‘상처투성이 패자’들만 남았다. 실제 국론은 두 갈래로 찢어지고, 무덤속에 들어갔던 망국적인 이념 갈등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수출이 최악의 실적을 보이는 등 민생과 경제는 고꾸라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사생결단의 진흙탕 싸움만 벌였다. 그렇지 않아도 ‘불통 정권’이라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번 파동으로 더 고착화될 게 뻔하다.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소모전이고 국력낭비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표방했지만 국정화 자체가 매우 ‘올바르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한데, 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건 역사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통해 창의성과 사고의 탄력성을 키운다는 역사 교육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색깔론을 동원한 정부 여당의 여론전은 한심하다 못해 유치했고, 교육부가 마련한 비공개 국정화 태스크포스는 구설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알맞았다.

확정고시 과정은 더 무리가 따랐다. 당초 정부는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면 그간의 의견을 취합해 5일께 확정고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고기간(2일 24시)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부랴부랴 확정 방침을 알리고 뒷날 곧바로 발표를 강행했다. 반대 여론에 밀리자 군사작전하듯 속전속결로 해치운 것이다. 그 바람에 야당이 모은 40만명의 반대 서명지는 반영은 고사하고 아예 휴지가 되고 말았다. 애초부터 여론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제 겨우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민생 현안이 태산인데, 당분간 국회가 정상화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과 정부는 소통의 문을 열어야 한다. 국정화 철회가 최선이나 그게 어렵다면 검정체제 병행 등의 방안을 논의해 ‘교과서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작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은 문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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