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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오늘도 우리는 편의점에 간다
편의점은 이젠 일상의 공간이다. 담배를 사는 곳 정도가 아니라, 푸짐한 식사도 할 수 있다. 굳이 찾지 않아도 곳곳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편의점 HRM(가정간편식)은 맛의 신세계를 열어 줄 정도다. 비싸다는 것도 편견이다. 굳이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가, 카트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는 숫자로도 금방 알 수 있다. 여신금융연구소가 내놓은 3분기 카드승인실적을 보면 편의점 성장은 놀랍다. 편의점 카드 승인액은 1년전보다 59%나 급증했다. 카드 결제액 증가율은 대형마트는 4.5%, 백화점도 11% 밖에(?) 안된다. 체크카드만 놓고 보면 편의점은 일곱 번 째로 많이 카드를 많이 쓰는 곳이다. 백화점이나 병원, 약국을 앞질렀다.

편의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3분기 카드 승인금액이 160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나 늘었다. 메르스로 냉랭했던 소비심리가 완연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소비심리지수도 나아지고 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4개월째 상승하며 기준점인 100을 넘어 105를 기록햇다. 메르스 이전인 5월 수준을 회복했다.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심리지수만 보면 경기는 봄은 아니지만, 냉랭한 겨울은 지나간 듯 보인다. 3분기 성장률도 6분기만에 전기대비 1%대로 올라섰다. 투자와 함께 소비가 늘어난 게 1% 성장의 1등공신이다. 수출이 까먹은 것을 소비가 만회했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씁씁할 구석이 적잖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란 채플린의 명언을 틀어보면 한국경제 성적표는 멀리서보면 괜잖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편의점 매출 급증의 이면엔 담뱃값 인상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량구매가 편리한 편의점 이용이 늘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미혼남녀 단체 미팅까지 나서겠다고 정색한 것은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저출산의 비극이기도 하다. 하지만 편의점을 찾는 젊은 1인가구주들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신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은 물론이다. 일본의 저성장기에 담배와 편의점 매출이 늘어났다. 유통채널중 편의점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 즐겁기만 하지 않은 이유다.

소비가 살아난 데는 추경을 집행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내리는 등 정부주도의 인위적 부양 영향이 크다. 추경효과가 끝나고, 개별소비세 인하효과 떨어지는 내년초에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소비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블랙프라이 데이’를 상설화할 수도 없다. 소비가 살아난다 해도 수출이 신통치 않은 데 내수만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돈을 쓸 사람도 마땅치 않다. 젊은 층은 취업을 하지 못해 돈이 없다. 40~50대도 사교육비 부담이 허덕이고, 60대를 넘어서면 자녀 결혼비용에 기둥이 흔들린다.

소비가 이끄는 반짝 경기 회복세가 불안하다. 멀리서도, 가까이 봐도 ‘경기가 좋다’란 얘기는 언제쯤이나 하게 될까?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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