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DB대우증권 인수전 뛰어든 KB-미래-한국 3사 3색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KDB대우증권의 새 주인 찾기가 2일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대우증권은 지금도 업계 2위(자기자본 기준)다. 때문에 대우증권이 어느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순식간 금융투자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어 인수전 참여사들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2일 오후 3시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한 결과 4곳이 예비입찰서를 제출했다.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 의향을 밝히고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예상대로 예비입찰서를 제출했고, 대우증권 노조가 주축이 된 우리사주조합도 입찰에 참여했다.

역시 가장 주목받는 잠재 인수자는 응찰을 공식 선언한 KB금융, 미래에셋, 한국투자다.

업계 관계자는“세 곳 중 어느 곳이라도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현재 1위인 NH투자증권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어 매각 예상가격 이상으로 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넉넉한 실탄 앞세운 KB금융, 이번엔 성공하나=대우증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이다. 3사 중 가장 먼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KB금융은 은행에 쏠린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실패를 만회할 기회이기도 하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우리아비바생명만 아니었다면 1000억원을 더 써서라도 인수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7∼9월) KB금융의 순이익 4071억원 중 절반이 넘는 57%(2337억원)가 KB국민은행에서 나왔다. 그만큼 은행부문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KB금융은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317조원(지주회사 중 4위),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총자본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15.86%)으로 자금 조달에 여유가 있다.

일각에선 덩치큰 KB금융의 증권업 시장 확대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은행의 보수적 움직임에 투자 역량이 떨어질 것”,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 “1위 증권사가 너무 보수적으로 변하면 금융투자업계 위상이 흔들린다”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너지 효과 극대화 노리는 미래에셋=미래에셋은 지난 9월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천명했다. 주력 사업도 크게 겹치지 않아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산 운용이 강점인 미래에셋과 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부문 ‘절대강자’인 대우증권이 합치면 균형 잡힌 이익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기준 2조4476억원이며 현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국내 시장에서는 1등을 하겠지만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 경험이 많은 미래에셋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유상증자 최종발행가액 2만1750원은 주가수익비율(PER) 약 5배, 주가순자산비율(PBR) 약 0.5배 정도의 저평가 가격으로 11월4~5일 있을 구주주청약이 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하면, 기존의 자기자본 2조5000억원을 활용해 대우증권인수 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탄ㆍ경험 많은 한국금융 ‘다크호스’로 등장=대우증권 인수전에 한발 늦게 합류한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 인수로 금융투자업계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자기자본 3조2580억 원)은 대우증권과 합병 시 독보적 1위 증권사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으며, 덩치를 키워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목표를 세웠다. 한투증권 측은 지난 2005년 동원증권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금조달 방안은 유상증자 없이 회사채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자금 마련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준비기간이 짧은 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한투증권이 카카오 컨소시엄의 주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묶여 있어, 대우증권 인수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연내 우선협상자 선정=3강 구도에서 다소 밀려나 있지만 대우증권 노동조합의 움직임도 시장의 관심을 모은다.

업계는 자금동원력 등에서 노조가 구상하는 종업원지주회사 설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외국계 자본과 사전 교감이 있는 상황이라면 실제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금융투자업계는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국 가격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주식가치는 지난달 30일 주가 기준 1조5593억원 수준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매각가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 관계자는 “3파전으로 진행됨에 따라 매각 가격은 시장 추정치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산은은 은행 내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통해 1주일에서 10일간 예비입찰서를 검토,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하게 된다.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곳은 3∼4주에 걸쳐 대우증권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내달 초로 예상되는 본입찰에 참가한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상세실사, 가격 협상 등이 진행되고 나면 내년 상반기에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gr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