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이란 스코틀랜드의 병사들이 집합신호로 외치는 함성에서 유래됐다. 위험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구호가 최초 슬로건이 가진 의미였다. 현대의 슬로건은 보편적으로 광고문구처럼 반복적이고 단순하고 요약적인 문안을 일컫는다. 이는 장기적 생명력을 간직할 수 있으므로 캠페인이나 마케팅의 효율적인 전략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도시브랜드 슬로건은 단순한 마케팅의 범주를 벗어나 한 도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이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하기에 그 중요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메시지나 가치의 상징인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갖춰야 하는 지속가능성공의 핵심요건을 대구시 슬로건의 분석을 통해 살펴보자.
첫째 현재의 특색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측가능한 미래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미래 발전성을 내포하고 있는 슬로건은 조직구성원의 진취적인 인식전환 및 태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컬러풀이라는 단어는 색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움을 상징하고 있다. 기존 섬유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 정체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추구하는 의료과학도시의 새로움과 개방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색이 아닌 다양한 가치의 색이 서로 어울려질 때 통합적 사고(Integrative-Thinking)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지적 창조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엔 미래포럼의 회장이자 미래학자인 제롬글렌 박사는 다채로움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올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래는 의식과 기술이 융합된 시대이며, 개인의 다양한 지적 역량이 기술과 결합해 창조적 집단 지성으로 발현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구시의 슬로건 속에서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갈 대구시의 미래 가치를 향한 네트워크의 파워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슬로건의 지속성이다. 즉 잦은 교체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내외부 환경에 따라 슬로건이 유연하게 변화 및 수정될 수 있지만 본래적 가치는 반드시 일관성있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는 지난 2004년 12월에 공식 슬로건으로 확정된 후 일관되게 대구시를 상징하고 있다. 슬로건 논의 당시 많은 전문가 및 시민들이 대구가 가진 고유의 문화와 역사성 그리고 나아가야 할 비전을 반영하도록 많은 논의와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잦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일부 지자체와 비교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사실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지속성을 가진 브랜드 슬로건은 많은 사람들의 살아있는 스토리를 담아가면서 사랑받기 시작한다. 뉴욕의 ‘아이러브뉴욕(I LOVE NY)’은 지난 40년간 수많은 시민과 전세계 관광객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필자 역시 서재에 놓여 있는 뉴욕의 머그컵을 보며, 뉴욕에서 보낸 친구들과의 멋진 우정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슬로건은 몇 개의 단어로 보는 이의 잠재의식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 잠재의식은 집단적 사고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시의 슬로건은 대구시가 나아가야 할 미래지향성과 창조성을 시민 개개인의 잠재의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긍정적 에너지가 대구시의 지속가능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자체들은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의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 만약 변경으로 구성원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을 경우에는 위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접근해, 시민들 및 전세계인으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