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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의적 살생부?…직장인 이직 발목잡는 ‘前직장 평판조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다 이직을 결심한 A씨(34). 그는 거의 모든 절차를 마쳤지만, 갑자기 이직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전 직장 상사가 새로 옮긴 직장을 찾아가 A씨가 전 직장에서 겪었던 안 좋은 일들을 이야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 A씨는 “전 상사가 내 앞길 막으려 나선 것 아닌가 싶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평생직장’ 개념이 점차 흐려지며 직장인 이직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직자의 전 직장 내 평판을 조회하는 일도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짐짓 고의적인 ‘취업 방해’로까지 번져 ‘억울한 이직자’, ‘앞길 막는 사장님’을 양산하고 있다.

평판조회는 경력 이직시장에서 이미 공공연한 일이 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9월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6%가 ‘경력직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한다’라고 답했다.

평판조회의 방법으로는 ‘이전 직장의 직속상사(45.4%)’나 ‘이전 직장의 인사담당자(43.3%)’와 전화통화를 한다는 기업이 많았다. ‘지원자 개인의 SNS를 확인’한다는 기업도 20.1%나 됐다.

평판조회 결과가 좋아 지원자를 합격시키거나 탈락시켰다는 응답도 과반을 넘었다. 실제 평판조회가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사람의 직장에서의 모습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 채용한다는 것이 부담되다 보니 회사는 평판조회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레퍼(레퍼런스ㆍreference의 줄임말)’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새 직장이 평판조회에 나섰다가 자칫 이직시도에 대한 악의적 취업 방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에서 규정한 통화ㆍ이메일ㆍ블랙리스트 등을 이용한 통상적인 취업 방해가 아니더라도 보이지 않는 취업 방해도 수두룩하다.

사업주들의 비공식적 온ㆍ오프라인 모임에서 ‘절대 채용하지 말아라’ 또는 ‘나 같으면 안 뽑을 것’ 이라는 ‘조언’이 나돌기도 한다.

평판조회 업무가 외주화되는 경향도 있다.

회사가 직접 평판조회를 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인데, 이 경우 외주를 받은 헤드헌팅 업체 등이 경력 지원자의 종합적 평판을 조사한다.

취업 방해로 피해를 보았더라도 억울함을 구제받기는 순탄치 않다.

이학주 노무사(노무법인 하나)는 “의도적으로 취업을 방해했다는 입증을 할 책임이 피해자 본인에게 있어 의도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라며 “평판조회가 만연해진 요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오래된 법”이라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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