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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판 ‘정글북’…미 홈스쿨링 논란 법정 싸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미국 엘파소에서 남편과 자동차 영업점을 운영하는 매킨트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2004년부터 9명의 자녀를 홈 스쿨링으로 가르쳤다. 이들 부부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천국에 가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라 일반 학생이 받는 교육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꺾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매킨트리 부부의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는 또래 아이들처럼 책을 읽지도, 수학 문제를 풀지도, 컴퓨터를 사용하지도 않고 오로지 노래만 부르고 악기만연주한다며 엘파소 교육청에 문제를 지적했다. 이 와중에 집을 탈출한 큰딸 토리(17)는 고교 1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에 편입했지만, 고학년 학습을 이수할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부모에게만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home schooling) 청소년은 미국 전체 학생 중 3%인 17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 정부는 이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지를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어 이를 점검하려 하지만, 홈스쿨링 가정은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만화영화 ‘정글북’의 늑대소년 모글리. 가정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홈스쿨링과 은둔생활을 한 자녀들이 현대판 정글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한 가운데, 홈스쿨링 가정과 교육당국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종교적 이유 등으로 사회와 격리돼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는 매스컴에서 종종 보도된 바 있다. 이들중엔 ‘현대판 정글북’이 돼 버린 그들만의 닫힌 가정에서 늑대소년 모글리처럼 기본 소양이 결여된 채 살아가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매킨트리 부부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 2일(현지시간) 열린다. 홈스쿨링 학생들이 여타 학생과 비슷한 교육 수준을 유지하는지 확인할 교육청의 권리와 홈스쿨링 부모의 권리가 충돌한 재판이다.

엘파소 교육청은 매킨트리 부부에게 자녀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다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고, 2007년에는 학생을 무단결석하게 한 혐의로 부부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매킨트리 부부는 엘파소 교육청이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가족에게 광범위한 정부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항소법원에 맞고소했다.

AP 통신은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 주 대법원의 판결이 텍사스 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홈 스쿨링 가족에게 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학교 환경과 수업에 대한 불만, 종교적인 가르침에 대한 열망 등을 이유로 홈 스쿨링을 하는 부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홈 스쿨링 학생의 시험 점수와 과제물을 해당 교육청에 제출하라고 강제하는 주는 9개 주에 불과하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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