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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식탁, 외산이 점령]3만원 국산 갈치 vs 1만원 아랍 갈치…뻔한 선택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우리 식탁에 외국산 생선이 넘쳐나는 것은 가격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극단적인 예로 한 장소에서 국산 갈치는 3만원이 넘게 판매되는 반면, 아랍에미리트(UAE)산 갈치는 1만원대에 판매된다. 소비자 선택은 뻔하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매장을 찾았다. 저녁 반찬거리를 사려는 주부들로 붐볐다. 평소에 한가한 수산물, 그것도 금(金)갈치 매장에서 주부들은 연신 갈치를 고르고 있었다. 사람이 몰렸던 것은 다름 아니라 아라비아만에서 조업한 아랍에미리트산 갈치를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도 제주 은갈치 산지 경매 가격보다 60~70% 저렴해 주부들이 모처럼 ‘금갈치’를 사려고 몰려든 것이다.
<사진설명>국산 갈치와 외국산 갈치. 몸값이 비싼 국산 갈치와 몸값이 싼 아랍에미리트(UAE)산 갈치가 한 장소에 있다면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한 고객이 갈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위의 갈치가 국산, 아래 갈치는 UAE산이다. 외산 갈치는 국산에 비해 단면을 잘랐을때 덜 깔끔해 보이는 특징을 보인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날 갈치를 구입한 주부 김지효(37ㆍ가명) 씨는 “우리 아이들이 갈치를 좋아하는데 국내산 갈치는 비싸서 사지 못했고 수입한 냉동 갈치는 믿음이 가지 않아서 안샀다”며 “조업 이후 2박3일도 지나지 않은 신선한 생물이라 믿음이 가서 구입했다”고 했다.

이곳에선 갈치와 함께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 역시 수입산 코너에선 붐볐다.

주부 홍유리(36ㆍ가명) 씨는 국내 수산물 코너에서 고등어 등을 살피다 이내 수입 수산물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홍 씨가 고른 제품은 진공포장돼 있는 노르웨이산 해동 고등어. 마리당 2000원도 하지 않았다. 홍 씨는 “국내산 고등어는 크기도 작은데 마리당 2000원이 넘는다”며 “비쌀때 애들한테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사먹였더니 잘먹었다. 노르웨이 고등어는 겉은 바싹하고 속이 촉촉해 아이들 입맛에 맞는 것 같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수입산 고등어의 경우 손질이 다 돼 있고 진공으로 포장돼 요리하기 번거롭지 않아 주부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외산 수산물을 찾는 이들에게 ‘신토불이’를 강요할 수도, 강요해서도 안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개선되도록 국산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만원대 국산 갈치 VS 1만원대 아랍갈치…당신의 선택은?=유통업계나 소비자가 이구동성인 것은 국산 생선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라는 점이다. 생선은 농산물과 달리 어족자원 고갈 및 이상 기온 등으로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주요 수산물들의 조업량이 요동치자 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된 것이다.

갈치는 오랜 기간 구이나 조림용으로 많이 팔리는 ‘국민생선’이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어획량이 감소되면서 도매 가격은 매년 10~20%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 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산 갈치 수입이 거의 끊기면서 공급이 불안한 상태였다.

갈치 가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살이 오를 시기에 우리나라 최대 갈치 산지인 제주 인근 해역 수온이 예년보다 낮아 어획량이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냉동갈치 보유량이 줄어드는 것도 갈치 가격 상승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2015년 7월 연근해산 갈치 재고량은 2633톤으로 2011년 이후 최저치다. 2014년 8월 재고량이 7336톤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남아 있는 갈치 양은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주부 김효녕(43) 씨 역시 외산 갈치를 주로 찾는 이다. 김 씨는 “미친 듯이 치솟는 전세가격에 버스요금 인상, 거기다 먹거리 제품도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먹는 것 뿐”이라며 “(국산에 비해)맛의 차이도 모르겠고 예전과 달리 품질에 대한 믿음도 생겨 저렴한 갈치에 손이 절로 가게 된다”고 했다.

김 씨와 같이 평범한 주부들의 선택이 외산 생선으로 향하면서, 신토불이 측면에서는 석연치 않는 점은 있지만 상황은 이미 대세가 돼 버린 듯한 흐름도 보인다. 외산의 파상 공세는 그치지 않고 있고, 그칠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 수산물내 수입 수산물 비중은 2008년 전체 수산물의 15%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48%까지 3배 가량 구성비가 증가했다.

수입 수산물의 증가로 인해 어민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어민들의 하소연도 들끓고 있다.

하지만 비싸진 국산 수산물에 손이 가지 않았던 주부들에게는 수입 수산물이 들어오자 저렴한 가격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장대 이마트 수산식품 팀장은 “최근 이상기온과 어족자원 고갈 등의 이유로 과거 국내 연안에서 쉽게 잡히던 대중선어들의 조업량이 일정치 않게 되자 가계 물가 안정화 등을 이유로 저렴한 가격의 수입 수산물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다양해지는 소비자 입맛 변화에 발맞춰 별미로써 수입 수산물이 인기다”고 했다. 



▶수입산 수산물도 안전하다, 그 생각 확산이 인기 요인=수입산 수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국산 생선만 안전하다는 인식에서 수입산 생선도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바뀐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2011년 일본 원전 사태이후 방사능 이슈로 인해 국내 수산물 매출지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이 대체 상품을 찾으려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게 세네갈 갈치, 베트남 주꾸미, 노르웨이 연어 등이다. 이런 해외 대체 수산물들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더불어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됐고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던 랍스터, 킹크랩 등 해외의 다양한 수산물까지 수입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더 신선한 수산물과 농산물을 들여오기 위해 항공 배송전쟁까지 펼치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들은 랍스터, 체리, 주꾸미 등을 들여오기 위해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항공 운송이지만 대량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하고 상태는 현지에서 잡은 듯 싱싱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낳고 있다.

마트를 찾은 이미영 (47)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을 위해 생선을 국산과 수입산을 따로 구입한 적도 있지만, 요즘엔 알래스카나 캐나다 그리고 노르웨이 등 청정지역에서 수입하는 수산물도 많은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했다. 그는 “수입이 늘면서 랍스터나 킹크랩 등 엄두도 못내던 고급 갑각류가 대중화되면서 먹거리도 풍부해진 것 같고, 그래서 가끔씩지갑을 열곤 한다”고 덧붙였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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