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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핼러윈데이] 맘(Mom)들이 ‘착한 핼러윈식품’ 따지기 시작했다
-무조건 아이가 떼쓰면 사주던 것은 옛말…요즘은 웰빙 점검
-국적불명 데이(Day) 많아지면서 유통업체 상술에도 경계심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핼러윈데이(31일) 주말이다. 유통가는 핼러윈상품으로 넘쳐난다. 아이들이 즐거운 날, 부모들은 우리 아이 기가 죽을까봐 챙겨주기 바쁘다.

핼러윈데이는 원래 ‘물 건너 온’ 기념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의 축제일이 됐다. 덩달아 부모들로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핼러윈데이(31일)을 며칠 앞두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완구매장에서 한 주부가 핼러윈 상품을 고르고 있다. 요즘 부모들은 예전처럼 무조건 아이들에게 핼러윈 상품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웰빙과 실속 여부를 꼼꼼이 따지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핼러윈데이는 미국에서 매년 모든 성인 대축일 전날인 10월31일에 행해지는 행사로, 이날에는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가 출몰한다고 믿고 그것을 놀려주기위해 사람들은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 날이다.

한국에서 핼러윈은 잘 알려지지 않은 행사였지만 2000년대 들어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2010년 들어서는 성인들도 참여하는 행사로 점차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핼러윈 날 엄마들은 불안하다. 핼러윈의 상징인 사탕과 초콜릿 그리고 쿠키 등의 제품이 ‘빼빼로 데이’에서처럼 국적 불문하고 들어오기에 아이 건강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에 예전에는 데이(Day) 이벤트에 무조건 아이들이 사달라고 한 것을 사줬지만, 요즘엔 웰빙 여부를 꼼꼼이 따지는 맘(Mom)들이 늘어났다. 일부 맘들은 유치원 엄마들끼리 모여 집에서 핼러윈 쿠키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핼러윈데이 불량식품을 경계하는 맘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핼러윈 불량식품 안돼!, 맘들이 나섰다=요즘 맘들은 핼러윈데이 불량식품에 경계망을 삼엄하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불량식품과의 전쟁‘이 핼러윈데이에 펼쳐지는 흐름도 보인다.

사실 이같은 트렌드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핼러윈데이에 부모가 직접 아이 음식을 챙기는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한마디로,상술로 내놓은 캔디나 초콜릿 등 핼러윈상품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식음료 웰빙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핼러윈 캔디’ 유해 여부를 놓고 부모와 유통업체 간 의견이 대립 중이다. 캔디 섭취의 목적과 웰빙 트렌드에 맞춰 핼러윈 캔디의 섭취를 자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는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대부분 부모들은 섭취 자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90% 이상은 “자녀들이 핼러윈 캔디를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핼러윈 캔디 허용량에 대해 자녀들과 사전 협의한다”고 답했다. 핼러윈데이에 자녀들이 흥청망청 아무 식품이나 먹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유치원 자녀를 둔 30대 주부 이미영(가명ㆍ38) 씨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었다. 유치원에서 나눠주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믿지 못해서다. 작년 핼러윈때 유치원에서 받아온 사탕과 쿠키는 잘 모르는 브랜드였다. 유치원에선 좋은 마음으로 나눠줬겠지만, 불량식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섰다. 과자는 물론 피자도 직접 만들어 아이에 먹이는 이 씨로선 여간 신경이 쓰인 게 아니었다.

그는 고민을 하다 아파트내 같은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끼리 모여 올해 핼러윈때는 엄마들이 직접 쿠키를 만들었다.

이 씨는 “핼러윈때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사탕이나 쿠키도 이번에 직접 만들어 주니 안심이 됐다”며 “특별한 날 엄마들의 정성까지 더해 아이들의 특별한 핼러윈 파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호갱맘 싫다, 스마트(Smart) 맘이 나섰다=먹거리 뿐만 아니라 핼러윈 의상도 부모들 마음을 타 들어가게 만든다. 1년에 한번 입는 옷인데도 불구하고 싼 것을 사주면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기가 죽을까 걱정이다. 또 비싼 의상을 사주려고 하니 한번 입을 것인데, 가격이 매우 부담스러워 망설이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핼러윈데이 파상 공세적인 마케팅에 실질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아이들의 부모 뿐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해당된다. 핼러윈 문화가 생소한 50대 이상의 할마(할머니+엄마의 줄임말), 할빠(할아버지+아빠의 줄임말)들은 핼러윈 시즌을 맞아 손자, 손녀를 위해 거림낌없이 지갑을 여는 데, 요즘엔 실속 구매 여부가 이슈로 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대구에 사는 이서임(가명ㆍ62) 씨는 다섯살짜리 손녀를 위해 애니매이션 주인공의 옷을 구입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유치원에 입고 갈 코스튬을 사달라는 손녀의 부탁 때문이다. 이 씨는 “핼러윈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손녀가 계속 이야기하는 통에 핼러윈이 뭔지 알게됐다”며 “공주옷을 사고 싶다기에 10만원 넘는 돈을 지불해 한벌 구입했다”고 했다. 그는 “1년에 한번 밖에 입지 않는 옷인데 손녀가 사고 싶다고 해 사줬지만 10만원이 넘는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안되더라”고 했다.

이런 이 씨의 경험은 핼러윈 의상을 구입해 본 사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됐다.

이래서일까. 요즘에는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지고 구매하는 스마트 부모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주부 김정인(가명) 씨는 아이를 위한 핼러윈 의상 준비를 크게 걱장하지 않았다. 작년엔 고가의 옷을 구입해 가격 때문에 속상했지만 이번에는 해외직구를 통해 미리 저렴하게 사놨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작년에 핼러윈데이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이같은 내성(?)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작년에 우리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다른 아이와 비교되는 게 싫었다”며 “일회성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고가의 상품을 사줬고, 금세 후회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로 “큰 맘 먹고 아이를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열었지만 아무래도 일회성 옷이다 보니 실밥이 금방 터지는 등 품질과 마무리가 허술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올해는 작년의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맘블로거’나 엄마들의 온라인 모임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저렴한 가격에 품질도 좋은 미국 핼러윈 파티 복장을 직접 구매한 것이다.

김 씨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핼러윈이 아이들에겐 빠질 수 없는 축제가 된 것은 사실인데, 실속 구매로 단점을 약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부모들이 경쟁심리에 현혹되기 보다 아이들이 진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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