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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라, 다시 날까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지방 중소도시 동네 노는 형 느낌이 강함.”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가 대대적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했다는 소식에 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휠라는 100년 이상의 역사(Heritage)를 가진 브랜드다. 1911년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2007년 한국 휠라코리아가 휠라의 전세계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해 본사 역할을 하기까지, 이탈리아 스포츠웨어의 브랜드 정통성을 고수해왔다.

‘100년 헤리티지’는 휠라의 자산이자 걸림돌이기도 했다. ‘지방 동네 노는 형들이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된 것도 어찌보면 이 때문이다.

휠라 리뉴얼 설명회가 열린 가양동 한일물류센터 전시장 전경. 2016 S/S 휠라 오리지날레 제품들이 걸려 있다. [사진제공=휠라코리아]

그간 휠라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대형 브랜드에 밀리고, 데쌍트, 뉴발란스 같은 신진 브랜드에 치였다.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정통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위협해왔다.

국내 매출은 꾸준히 하락세였다. 2012년 4239억원에서 2013년 4151억원, 2014년 3975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27억원, 247억원, 119억원으로 2년새 반토막이 됐다.

휠라는 낙후된 이미지와 위축되는 성장세를 탈출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뒤늦게 뛰어 들었던 아웃도어 시장도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국내 론칭 23년만에 처음으로 리뉴얼을 감행했다. 

휠라 리뉴얼 설명회가 열린 가양동 한일물류센터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휠라코리아]

올 상반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제일모직) 출신의 김진면 씨를 사장으로(4월), 디자이너 정구호 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고(6월)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 체제를 갖추는 등 본격적인 재정비를 시작한 지 5개월. 휠라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부활 날갯짓을 펼쳐 보였다.

29일 서울 가양동 한일물류센터에서 새로워진 휠라가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김진면 사장과 정구호 부사장이 참석했다.

“모든 패션 브랜드가 승승장구 할 순 없습니다. 구찌같은 경우 형제 간 다툼으로 거꾸러졌을 때 데졸레 회장이 디자이너 톰 포드를 영입해 부활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데졸레 같은 경영자는 못 되지만 정구호 같은 유능한 CD를 데려와 다시 한번 휠라를 재도약시키려고 합니다.”(김진면 사장)

“패션 브랜드는 10년 주기로 노화합니다. 끊임없이 리뉴얼을 시도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갖고 있는 헤리티지를 계속 이어 가면서 소진하는 브랜드가 있죠. 우리는 후자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이 나이듦과 동시에 우리 브랜드도 노화가 됐던 겁니다. 하지만 휠라에게는 내수 브랜드들에게는 없는 헤리티지가 있습니다. 휠라의 리뉴얼은 이러한 뿌리를 기반으로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감각을 어필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습니다.”(정구호 부사장)

새로워진 휠라의 디자인들. [사진제공=휠라코리아]

휠라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국내 3위 스포츠 패션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국내 매출을 8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 키 콘셉트를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로 정의하고 불필요한 상품 라인을 과감히 정리했다.

먼저 프리미엄 라인인 ‘휠라 오리지날레’를 새롭게 선보이고, 3개의 퍼포먼스 라인을 구성했다. ‘트랙 퍼포먼스(일반 트랙 스포츠용)’, ‘피트니스 퍼포먼스(패션이 강화된 인도어 스포츠용)’, ‘하이브리드 퍼포먼스(선수 및 전문가용)’로 분류해 전문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휠라 골프, 휠라 키즈 등 휠라코리아의 다른 패밀리 브랜드도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콘셉트에 맞춰졌다.

디자인은 뚜렷하게 달라졌다. 60명에 가까운 휠라코리아의 전 라인 디자이너들이 CD인 정구호 부사장을 주축으로 디자인 프로세스를 재정비했기 때문이다. 휠라를 대표하는 화이트, 레드, 네이비 3색 컬러 팔레트를 기본으로, 심플하면서도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남은 과제는 산재된 유통망을 어떻게 정비하는가다. 백화점, 편집숍부터 홈쇼핑, 마트까지 전 단계 유통 채널에 맞는 상품을 제작하는 기존의 방식으론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 휠라는 향후 1년 이내 유통망 재정비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상품의 질을 콘트롤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습니다. 온라인 등 기존의 저가 유통 채널을 당장 없앨 순 없지만, 각 채널에 맞는 상품들을 차별화하고 완벽하게 구분 지을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상품, 가격, 소비자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온라인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정구호)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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