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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딜의 공식이 바꼈다...원샷법으로 기업간 자율구조조정 길 터줘야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삼성그룹이 삼성SDI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석유화학부문 계열사인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방산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단행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로써 삼성은 비주력사업인 화학, 방산사업을 정리하고,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 관계자는 30일 “대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율적으로 빅딜에 합의한 것은 산업 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내용의 일명 ‘원샷법’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철강, 조선산업 등의 빅딜을 주도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정부가 개입하면 빅딜이 왜곡될 우려가 있으므로 반드시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롯데 빅딜 어떻게=지난해 11월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매각했던 삼성은 30일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나머지 화학사업도 모두 롯데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유 중인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 전량을 2189억 원에 매각하는 것을 포함해 총 매각대금은 2조5850억 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매각하는 케미칼 사업부문 지분 90%는 즉시 매각하고 나머지 10%는 3년 후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과 전자재료 사업 부문만 남게 됐다.

삼성은 이번 거래로 그룹 전체로는 화학 관련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한화그룹과의 빅딜에서 방산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도 매각해 방산사업 역시 접은 바 있다.

삼성의 이러한 조치는 그룹의 사업구조를 전자, 금융, 건설 · 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해 역량을 집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입장에선 이번 거래로 롯데케미칼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위주 포트폴리오에 에폭시 수지원료(eCH)와 셀룰로스 유도체 등 삼성정밀화학 등이 보유한 고부가 정밀화학 역량을 더해 종합 석유화학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간 자율빅딜 바람직...“정부 개입은 안 돼”=최근 1년 간 단행된 삼성-한화, 삼성-롯데 간 빅딜은 각 그룹이 저마다 강점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사업재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안을 찾아나선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 아래 추진된 대그룹 간 빅딜 이후 17년 만에 단행된 기업 간 자율적 빅딜이라는 데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장자율에 의해 충분히 성공적인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각에서 정부 주도의 빅딜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산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철강,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빅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언론은 정부가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포스코의 최대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토록 권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사업재편은 업계 자율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언론보도의 진의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가시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 주도의 실패한 빅딜이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정치권력과 정부 개입에 의한 빅딜은 승자의 저주를 낳는 등 성공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빅딜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개입했던 현대-LG그룹 간 반도체 빅딜, 현대와 삼성 간 석유화학 빅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맞교환 등은 모두 실패로 끝난 사례다. 이 가운데 특히 현대-LG간 반도체 빅딜은 ‘승자의 저주’로 회자되며 논란을 불렀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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