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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상근] 종교인 과세, 정도(正道)로 가라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무를 진다. 일부지만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 국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부 종교계는 신도가 종교단체에 기부한 돈은 이미 세금을 낸 소득 중 일부라며 이 기부금에서 사례금을 받는 종교인에게 세금 부과는 ‘이중과세’라는 논리를 편다. 종교계 논리가 맞는다면, 입주자가 세금을 낸 돈으로 조성된 아파트 관리비에서 급여를 받는 관리사무소 직원, 세금을 낸 소득을 소비하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사업자 등에게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조세이론에 맞지 않는 황당한 논리다. 동일 납세자의 동일 소득에 같은 종류의 세금을 두 번 이상 부과해야 이중과세가 된다. 국가가 소득이 있는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한번 부과하는 것이 어찌 이중과세인가.

종교인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라를 지키는 덕분에 종교 활동을 하며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종교인들도 학교ㆍ도로ㆍ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고, 무상보육ㆍ무상교육ㆍ무상급식ㆍ65세 이상의 기초연금과 지하철 무료 이용 등 무상복지를 받는다. 이 모두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 것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종교인들도 다른 사람이 낸 세금으로 온갖 혜택을 다 누린다. 소위 말하는 ‘무임승차’다. 사회지도층으로서 염치없고 부끄러운 일이다.

한편 정부가 올 정기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인이 받는 사례금을 기타소득 중 ‘종교인소득’으로 하고, 수입의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준다. 목회자 등 종교인이 종교 활동의 대가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사례금의 대부분은 계속적ㆍ반복적 소득이다. 그러므로 일시적 성격의 기타소득이 아니라 ‘근로소득’으로 보는 게 적법하다. 종교인소득을 사실과 다르게 ‘기타소득’으로 왜곡해 종교인을 우대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잘못됐다. 이 경우 종교인과 근로자 간에 심각한 세 부담의 불공평이 발생한다. 

예컨대 연 1억 원의 종교인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면, 소득금액은 6000만원(수입의20~80%를 필요경비로 공제)이고 납부할 소득세는 918만원이다. 하지만 동일한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의 경우, 소득금액은 8525만원(수입의 2~70%를 필요경비로 공제)이고 납부할 소득세는 1524만원이 된다. 같은 1억 원을 버는데도, 근로자의 세금이 종교인의 1.66배에 달한다. 근로자가 종교인보다 연 606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한다. 세법의 기본원칙인 실질과세와 공평과세를 완전 무시한 ‘불공평세제’이다.

지금은 ‘정의와 공평’이 강조되는 시대다. 정부와 국회는 종교계와 합세해 종교인을 우대하는 ‘불공평 세제’를 만들어선 안 된다. 이는 ‘조세정의’에 어긋난다. 국회는 계류 중인 세법 심의 과정에서 ‘종교인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종교인 과세는 국회 세법 심의 과정에서 수차례 연기된바 있다. 그동안 종교인은 국민으로부터 세금 안내는 특권층이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올 정기국회에서 종교인 과세 입법이 이뤄져 그동안 종교인이 받아 온 오명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정도(正道)’이고 사회지도층인 종교인이 ‘사회적 책임(noblesse oblige)’을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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