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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이종덕] 조선의 마지막 공주를 맞이하며…
최근 현대사회는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보다 먼저 예측하고 수용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필자도 오랜 세월 문화예술업에 종사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 세계’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변화의 본질에는 늘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과거’가 존재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결국은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얻게 된다.

얼마 전 경기여고 36회 졸업생인 유수인을 비롯해 김옥렬 전 숙명여대 총장, 김세영 전 이화여대 인문대학장이 필두가 돼 조선황실의 마지막 공주 이해경 여사를 한국으로 귀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해경(1930년~) 여사는 의친왕의 다섯 번째 딸로 정실 왕비 연안 김씨의 호적에 유일하게 올라 세 살 때부터 생모 김금덕과 떨어져 사동궁에서 의친왕비와 살았다. 현존하는 대한제국의 왕족 중 유일하게 궁에서 살았던 마지막 왕족이다. 이해경 여사는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필자는 이원익(1547~1643)의 14대손으로 한 때 전주이씨 대동종악원의 문화이사로 4년 간 역임한 적이 있었다. 2005년에는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에 의해 ‘황실의 전통을 이은 자손’이란 뜻의 황사손(皇飼孫)으로 이원씨가 추대됐는데, 그는 아버지를 따라 도미(渡美)해 뉴욕공과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미국 케이블사(HBO)의 프로듀서를 거쳐 1995년 귀국했다. 2005년 현대홈쇼핑 디지털 방송본부장으로 퇴직하고 2005년 7월 마지막 황세손 이구 저하가 서거하면서 ‘황사손’의 길을 받아들였다.

이해경 여사 역시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자문위원 및 (사)대한황실문화원의 명예이사장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왕위 계승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황사손 이원씨는 자신의 고모가 되는 이해경 여사의 귀환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며 부실하게 어그러진 역사로 인해 외면된 전통을 되살리고자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황실문화원에서는 4대궁 등 문화재를 활용한 궁중문화축전을 올해부터 매년 개최할 예정이며, 해외 왕실과의 활발한 교류도 준비 중이다.

얼마 전에 낙선재를 궁스테이로서 고가의 숙박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기사를 보았다. 다행히 무산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유럽사회에서 왕실 전통을 보호하고 그것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으로 격상시키는 것과 비교해 보면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존재할 수 없다. 시대의 사방을 조망하려면 필히 모태가 되는 가장 중심부를 천착해야 하는 것이다. 지리멸렬한 역사의 조각들을 재구(再構)해 과거사를 살뜰하게 복원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황실의 겉모습이 아닌 내용과 역사, 문화 콘텐츠로서 우리의 후손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조선 왕실의 마지막 공주 이해경…. 이제 우리는 그녀의 귀환을 ‘운명의 견인’에 따른 것으로 해석해, 찬란했던 왕실의 역사를 문화로 격상시키는 일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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