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축구장 3배 이상 크기인 2만5000㎡ 면적에 지상 3층으로 세워진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 행사가 열렸던 지난 27일, 이 공장 건물 앞에는 LG화학의 사기(社旗)가 오송기와 나란히 펄럭였다. 공장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멀찌감치 물러섰던 구본무 LG그룹 회장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감회가 남달랐다. 배터리사업은 구 회장이 24년을 공들여 왔던 미래사업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사업 발굴 임무가 주어졌던 그룹 부회장 시절, 그는 전 세계 곳곳의 첨단기술 개발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했다. 그러기를 얼마일까. 1991년, 구본무는 2차 전지와 운명과도 같이 조우한다. 출장길에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 들렀다가 충전해서 반복 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를 목격한 것이다. 순간, 그는 이거다 싶었다. 구본무는 2차 전지 샘플을 들고 귀국해 연구개발을 지시한다. LG화학 2차 전지사업 역사의 시작이었다.
2차 전지는 LCD(액정표시장치), 통신과 함께 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직접 선택해 키운 그룹의 3대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에 그가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 회장은 2010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고, 2011년 충북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 현장도 어김없이 찾았다. 이번 남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까지 합치면 LG화학이 구축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모두를 직접 찾은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세계 최강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최고경영자의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구 회장은 평소 무표정하기로 유명하다. 신중 모드의 경영인으로 알려진 배경이다. 그러나 그는 27일 준공식 행사 때 시종일관 환하게 웃었다. 남경공장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중국 공략의 핵심기지가 될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그의 손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제패의 꿈을 실현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감한 때문인지 모른다.
올해는 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지 만 20년, LG화학 심사과장으로 회사에 발을 담근지 만 40년째 되는 해다. 회장으로 치면 약관이요, 직장인으로 따지면 불혹의 해인 셈이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그가 2차전지 사업을 기반으로 더 큰 그룹의 미래를 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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