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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혁 성과 강조한 朴대통령, ‘한국사 국정화’ 내려놔야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실시했다. 시정연설은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에서 나라 살림살이를 직접 설명하는 ‘국민과의 소통’ 자리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취임 첫해만 상징적 의미에서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을 뿐 이듬해부터는 국무총리에게 대독하도록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3연 연속 직접 연설을 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박 대통령이 임기 4, 5년 차에도 직접 나선다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문화를 정착시킨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임기 후반부로 접어든 박 대통령에게 이번 시정연설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역점을 둬온 경제살리기와 4대 개혁과제, 그리고 창조경제가 결실을 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임기 4년차에는 총선이, 5년차에는 대선이 실시되는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국정의 블랙홀’이 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내년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서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을 박 대통령이기에 시정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경제활성화법 처리와 4대개혁 과제 완수의 시급성을 호소했다. 특히 노동개혁 후속입법을 통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한계에 봉착한 제조업을 대신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중국의 경제 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한ㆍ중 FTA 조기비준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날 시정연설의 중심이 된 것은 이런 국정 현안이 아니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를 위한 대통령의 당위성 설파였다. 대통령은 ‘우리 근현사에 대한 자긍심’, ‘올바르고 균형잡힌 교과서’를 설파했지만 그 방법론이 국정화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52.7%로 찬성(41.7%)보다 11%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 논란이 가열되면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도 이전에 비해 하락하고 있다.

정파 간 갈등을 불러오고 국론을 두 동강내는 정책은 임기 중반의 대통령에게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펼쳐만 놓고 아직 주워담지 못한 국정 과제들이 산적한데 논쟁적 사안인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덥석 꺼내 전선을 무한정 확장하는 것은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 그리고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마음에는 여와 야, 국회와 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제1야당은 야권과 시민단체와 연합해 국정화 저지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제 박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수 밖에 없다. 균형잡힌 교과서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해 역사학·정치학·경제학 등 관련 학계에 맡기고, ‘국정화 정국’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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