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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정연만] 철새 맞이는 반갑게, AI 대응은 철저히
철새들이 오고 있다.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여름을 난 수많은 철새들이 10월이 되면 우리나라로 날아와 새 보금자리를 찾는다. 저 멀리 시베리아로부터 4000km가 넘는 먼 거리를 날아온 기러기들의 질서정연한 V자 대형은 높푸른 가을 하늘을 수놓는다. 동화 속 주인공으로 친숙한 큰고니(백조)들도 낙동강 얼음 위에서 새하얀 깃털과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철새 보호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철원평야, 천수만, 순천만 등 세계적인 철새도래지가 있다.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 두루미와 같은 희귀조류들을 포함해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는 130만마리가 넘는다. 서천-군산에서 11월 6~8일간 금강철새여행 행사를 여는 등 자치단체에서 철새를 맞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하다.

그러나 철새들이 오는 시기에 방문객들의 발길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조류독감(AI)이다. 지난해 발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가창오리의 폐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처럼, 철새도 가금농가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AI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최근 창녕군에서 따오기를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를 이달에서 내년 4월로 연기한 것도 AI를 우려한 조치이다.

또한 철새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우리나라로 가지고 와 닭과 오리 등 가금에 전파하는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하며, 이와 동시에 철새가 가금으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 보듯이 AI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경로는 사람 차량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철새와 가금간에 바이러스를 서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면 철새와 가금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사람과 차량에 의한 간접 전파도 막기 위해 응당 노력해야 한다. 

AI 대응의 총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금년에도 농가 그물망 설치나 사람 차량의 농장 출입시 소독조치 강화 등 선제적인 AI 차단방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새가 감염되어 잠재적으로 AI를 전파할 가능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는 데, 환경부는 겨울철새의 서식과 이동경로를 모니터링하고 농림부와 공유해 효과적인 AI 대책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조류전문가들이 매년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지역별 분포종과 개체수를 조사하고, 12월과 1월에는 전국 200개소에서 정밀조사를 시행하며 오리류와 기러기류에는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국내외 이동경로를 파악한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지방환경청에서도 상시적으로 야생조류 포획과 철새분변 조사를 통해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확인하고 AI 추가 발생가능성이 있는 지역과 심층연구가 필요한 조류종 등을 파악해 방역대책을 지원하고 있다.

철새와 가금류를 조류독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들의 동참도 중요하다. 축산농가 방문 후에는 철새서식지 근처에 가지 않도록 하고, 축산농가 인근에서는 철새 먹이주기를 자제토록 해야 한다. 또한 조류독감이 의심되는 철새를 발견하면 즉시 관계당국에 신고하는게 바람직하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AI가 속히 종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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