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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36]순조, 경연(經筵)에서 새로 배운 대목을 읽지 않다
경연은 왕과 신하가 유교 경전과 역사 등을 배우고 토론하는 일이다. 경연 때 왕은 먼저 전에 배운 것을 읽었고, 경연관이 새로 배울 부분을 읽고 해석하면 뒤따라서 그 부분을 읽고 해석했다. 왕이 잘못 읽은 경우는 경연관의 지적을 받았다.

김영작: “읽은 것 중 두서너 번은 아무래도 매끄럽지 못하셨습니다. 이는 전하께서 집중하셨느냐 방심하셨느냐에 따른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왕들은 새로 배우는 대목을 따라 읽을 때 열 번씩 읽었다. 11세에 즉위한 순조도 열 번씩 읽었다. 그런데 십여 년이 지나 《시경》을 강할 때는 새로 배운 대목을 읽지 않기 시작했다. 더러는 전에 배운 대목도 읽지 않았다.

심상규: “경연의 규례는 상께서 새로 배운 대목을 읽으셔야 하는데 이번에는 읽지 않으시어 경연의 규례에 어긋났습니다.”

이지연: “이번에 전에 배운 대목을 읽지 않으셨습니다. 차후로는 전에 배운 대목도 읽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연관의 지적은 이어졌고 순조는 그때마다 다음에는 읽겠다고 대답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읽지 않았을까?

그해 겨울 기사에 추측의 단서가 보인다. 경연은 날이 너무 덥거나 추운 때는 중지되고, 국왕은 이 기간에 그간 배운 것을 복습한다. 순조는 그해 겨울 경연이 중지되자 옥당에게 그간 강했던 책을 다시 가지고 와서 읽게 했다. 이런 일은 한 달 넘게 계속됐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읽은 책에는 경연관들 앞에서 따라 읽지 않았던 《시경》도 포함돼 있었다. 경연에서 시원스럽게 글을 읽을 자신이 없던 순조가 경연관에게 지적을 받는 것이 싫어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오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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