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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경자작품 놓고 자식들 갈등…美서 맏딸 홀로 장례 치른듯”
천경자 화백 맏딸 대리인 본지 전화통화
천경자 화백 맏딸 대리인 본지 전화통화


지난 8월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고(故) 천경자 화백(1924-2015·사진)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 이철식씨와의 사이에 첫딸 혜선씨와 남훈씨를, 김남중씨와의 사이에서 정희씨와 종우(2007년 작고)씨를 뒀다.

혜선씨의 국내 대리인으로 알려진 유호상(전 서울시 문화관리팀장)씨는 지난 22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혜선씨가) 동생들한테도 연락하지 않고 미국에서 혼자 조용히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천 화백 사망 시점으로 밝혀진 두달 전, 혜선씨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 내 수장고에 천 화백의 유골함을 들고 왔던 인물이다. 그는 2007년부터 혜선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작품 관련 업무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천경자 선생이 자신의 모든 것을 큰딸에게 위임했고, 어머니의 작품을 잘 보존하는 문제만큼은 (자녀들 중) 큰딸만큼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사망 소식 이후 천 화백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등 언론 보도에 대해서 혜선씨가 공황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좋지 않은 보도가 나오면 다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집안 사정이라 내가 정확히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큰딸은 어머니의 작품을 보존하려고 하고 동생들은 (팔아서) 나눠 쓰려고 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 5월에도 혜선씨가 여동생을 집에 불렀는데, 언론까지 끌어들인 것을 보고 ‘어머니 상태도 안 좋으신데 이러면 되겠느냐, 당장 가라’며 쫓아버렸다는 내용을 (혜선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천 화백의 유작을 놓고 형제들 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일과 관련, 천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둘째딸 정희씨 남편)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한편 미술계는 한국 화단의 큰 별이 진 소식이 한참 뒤에야 알려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사망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건 유족 요청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극비리에 함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미 두달 전 혜선씨가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에 유골함을 들고 수장고를 방문하겠다고 요청했고, 이러한 사실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혜선씨 일행과 동행했던 박인숙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사망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비밀로 해 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유족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얘기했고, (천 화백이 서울시에) 작품을 기증한 분인데다 사망과 관련해서는 개인적 문제라 (유족들의) 취지를 살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는 예술원 회원인 천 화백의 별세 사실을 공식확인하면서 이에 따른 후속 행정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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