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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분명 저평가된 부분이 있는 차 ‘아슬란’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수입차 대항마로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세운 아슬란은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기대 만큼 소비자들로부터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차종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기 보다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 ‘낀 차’가 됐다는 평가가 더 많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상품전략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모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슬란(G330) 시승을 시작하기까지 그간의 여론이 적잖게 작용했다. 그랜저와 같은 플랫폼이란 숱한 지적에 그랜저보다 얼마나 뛰어날까라는 의구심도 품고 시승에 임했다. 


하지만 4일 동안 400㎞ 정도의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순수하게 차만 놓고 본다면 단점도 있지만 분명 장점도 많이 갖춘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R&H(Ride & Handling), nㆍvㆍh(noise, vibration, harshness) 등 가장 기본적인 부분 위주로 보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우선 주행성능을 보면 2000rpm 미만에서도 충분한 가속 성능과 언덕길을 손쉽게 오르는 파워를 경험할 수 있었다. 드라이브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3000rpm으로 금세 올라가면서 한번 더 치고나가는 효과가 분명히 전달됐다.

제원 상 아슬란 G330는 V6 3.3리터 엔진에 최대출력은 294hp, 최대토크는 35.3㎏ㆍm다. 비슷한 급의 임팔라 V6 3.6리터 엔진(최대출력 309hp/최대토크 36.5㎏ㆍm)을 체험한 것과 비교하면 수치에선 다소 달리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핸들링 또한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코너를 돈 뒤 스티어링휠이 돌아오는 반응속도도 무난했고, 차가 의도했던 것보다 밖으로 더 밀린다던가 하는 점도 거의 없었다.

백미는 역시 소음이 적다는 것이었다.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도 중저속으로 달릴 때의 정숙감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다 열고 고속으로 달려도 풍절음 또한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정숙성만 놓고 보면 아슬란 직전 시승한 인피니티 Q70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진동이나 서스펜션 성능의 경우 아슬란보다 한단계 등급이 높은 제네시스에 비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네시스 시승시 보통 수준의 방지턱을 넘어갈 때는 충격이 대부분 차단된 반면, 아슬란의 경우 시트까지 충격이 일부 가해졌다. 아슬란은 전륜서스펜션으로 보급형인 맥퍼슨 스트럿을 장착했다. 제네시스는 이보다 비용이 비싼 멀티링크를 채택했다. 후륜서스펜션의 경우 아슬란과 제네시스 둘다 멀티링크를 달았다.

주행 편의 및 안전 기능에서는 제네시스에 담긴 기본적인 기능 대부분이 아슬란에도 적용됐다. HUD, 카메라뷰, 차선이탈방지, 차선교체 시 알람 등 운전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능들이다.

제네시스, 에쿠스 등의 모델에 들어간 렉시콘 스피커가 아슬란에도 적용됐다. 설정에서 사운드를 QLS(퀀텀로직 서라운드)에 맞추면 640와트 앰프의 스피커 12개가 음원을 17개까지 분리해 서라운드로 들려준다. 라디오의 말소리보다는 교향악 등 여러 사운드가 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 QLS의 풍부함을 맛볼 수 있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인테리어였다. 특히 인체공학적 디자인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창문을 여닫는 버튼이나 드라이브모드를 바꾸는 버튼 등이 다소 뒤쪽에 배치된 탓에 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작하기엔 위치가 조금 어색했다. 시트 포지션을 운전에 알맞게 조절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들 버튼이 조금만 몸쪽으로 앞에 위치했다면 운전 중 조작이 더욱 편리했을 것 같았다.

시승 중간 인천공항을 왕복하고 경부고속도로도 오가는 코스가 있었지만 연비는 8㎞/ℓ를 겨우 넘겼다. 주행거리 400㎞ 가까이 이르자 연료를 채우라는 메시지가 계기판에 떴다.

시승차는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4500만원이다. 차만 보면 단점 못지않게 장점도 많지만 가격에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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