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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탈루 기계’, 스위스 비밀은행의 은밀한 수법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비밀은행’으로 유명했던 스위스의 은행들이 미국 세무당국의 눈을 피해 고객의 세금탈루를 도운 갖가지 조작술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스위스의 40여개 은행들이 불기소를 조건으로 미국 법무부에 건넨 미국인 계좌의 탈루정보를 소개했다.

우선 탈루 계좌에 ‘코드명’을 붙여, 실명정보를 숨긴 수법은 기본이었다. 일부 은행은 고객에게 발송할 미국 주소지 우편물을 대신 보관해줬다. 미 세무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리히텐슈타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등 세율이 낮은 국가에 가짜 신탁과 법인 설립을 도운 은행들도 많았다. 일부는 고객에게 추적이 어려운 직불카드를 별도로 발행해줬다. 루가노 지역 BSI은행의 고객은 현금이 필요하면 ‘기름 탱크가 비어갑니다’란 식으로 은어를 쓴 메일을 보내 예금 인출을 요청했다.

자금세탁방지 규정 상 1만 달러 이상 송금시 세무당국 조사망에 걸리므로, 캐톤은행 산하의 한 지방은행은 1만 달러 미만씩 여러번 나눠 총 300만 달러를 고객 9명에게 보냈다. 이 은행은 2009년에 한 고객에게 당시 40만 스위스프랑으로 금을 매입해 이 금을 다른 친척의 금고에 보관토록 했다.

일부는 이같은 ‘탈루 서비스’로 재미를 보자, 사업을 확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취리히에 있는 미그로스은행은 2009년~2010년에 미국인 신규계좌가 크게 늘었지만, 2010년 후반 미 당국의 조사를 받자 대부분 스위스인 계좌라고 거짓 해명했다. 이 은행은 이후 2012년에 미 고객들에게 IRS에 자진 신고를 권유함으로써 과징금 규모를 낮출 수 있었다.

미 법무부는 2008년부터 해외탈세 수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2009년 탈세를공모한 혐의로 스위스 UBS가 과징금 7억800만 달러, 2014년 크레딧 스위스가 벌금 26억 달러를 처분받았다.

현재까지 조사로는 대형 은행부터 소규모 모기지 대출기관에 이르기까지 돈을 은닉한 미국인 계좌는 1만여건, 은닉자금은 100억 달러에 이른다.

또한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세청(IRS)에 과징금을 낸 납세자는 5만4000명, 과징금 총액은 80억 달러에 달한다.

미 법무부는 올 연말까지 6~8개 은행과 추가로 합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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