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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탁서 사라진 신토불이]디저트도 수입산…‘과일 입맛’도 바뀌었다
체리·바나나·망고 등 대형마트서 불티…해외경험 많아져 소비 이어가기 때문
서울에서 홀로 살고 있는 대학원생 금모(30ㆍ여) 씨는 자신을 ‘과일 킬러(Killerㆍ특정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라고 소개했다. 고향 텃밭에서 직접 수박, 토마토, 포도 등을 가꾸기도 한 그는 최근 들어 부쩍 체리를 사먹는 일이 많아졌다. 금 씨는 “맛도 맛이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물 건너온 먹을거리가 우리 입맛을 장악한 것은 비단 생선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과자가 ‘질소과자’라는 오명을 쓴 사이 수입과자가 득세했고, ‘슈퍼푸드’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퀴노아ㆍ렌틸콩 등 외산 곡물의 수입이 늘어나는가 하면, 돼지고기 수입량은 올 들어 50%나 급증할 정도로 수입육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입맛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은 과일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1~2014년 주요 과일 수입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체리는 4982t에서 1만3359t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망고(1892t→1만599t)ㆍ자몽(9337t→1만9491t)ㆍ석류(6739t→1만767t)ㆍ포도(4만5189t→5만9260t)도 급증했다.

실제 소비 현장에서도 수입 과일의 인기는 실감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 매출 상위 품목으로 자리잡은 바나나는 2013년 매출 4위에서 지난해 3위로 뛰어올랐다. 또 2014년 기준으로 가장 큰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과일은 용과(456.4%)와 생블루베리(87.9%), 아보카도(56.9%), 망고(53.7%), 체리(51.4%) 등 수입 과일류 일색인데, 이마트 전체 과일 매출신장률(4.3%)과 비교하면 최대 100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해외경험이 많아지면서 수입 과일을 맛본 이들이 국내에서 소비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외국산 과일의 국내산 과일 대체에 대한 대응 전략’ 설문 결과에서 공개된 내용은 소비자의 입맛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설문에 따르면, 외국산 과일을 구매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27.4%가 ‘국산보다 맛있다’는 것을 꼽았다. 또 29.1%는 ‘구입할 만한 국내산 과일이 없어서’라고 했다. 반면 ‘국내산 과일보다 비교적 가격이 더 싸다’는 응답은 24.1%에 그쳤다.

가구 구성의 변화 역시 수입 과일 인기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먹기 간편하고 번거롭게 손질하지 않아도 되는 블루베리와 체리 같은 ‘미니 과일’ 소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입 과일 증가가 장기적으로 국산 과수 농가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수입과일이 10% 증가할 때 국내과일류 가격은 0.5~1.0%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소비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외국산 과일이 국내산 과일을 대체함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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