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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톰 크루즈 전용기 걸프스트림…‘하늘위 집무실’ G650ER ‘직접’타보니
-톰 크루즈 내한때 타고온 400억원 전용기 ‘걸프스트림 G450’
-G450보다 300억원 비싸고 더 빠른 최신예 기종 G650ER
-일반 여객기보다 2만피트 높이 날아 ‘정숙’… 2분마다 외부공기 순환 ‘쾌적’
-수제 가죽좌석은 침대변신ㆍ만찬용 최고급 식기 완비 등 ‘하늘 위 고급호텔’


[헤럴드경제(김포)=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지난 7월 30일 새벽 3시. 인천국제공항에 비즈니스 제트기(전용기) 한 대가 도착했다.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Tom Cruise)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홍보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7번째 한국 방문인 톰 크루즈는 매번 전용기를 타고 온다. 그가 보유한 전용기는 걸프스트림(Gulfstream) G450. 4억8000만달러(한화 약 5400억원) 자산가인 톰 크루즈는 전용기 구입에 3600만달러(약 400억원)를 들였다. 이 항공기에는 승무원을 포함해 최대 16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마하 0.88의 순항 속도를 자랑한다.


전 세계 0.01% 슈퍼리치를 위한 전용기 산업에 불황은 없다. 할리우드 배우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억만장자들이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섹션은 지난 14일 걸프스트림 최고급 기종인 G650ER에 시승했다. 미국 방위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소유ㆍ운영하고 있는 걸프스트림은 비즈니스 항공기 시장 1위 업체다.

G650ER은 걸프스트림의 최신예 기종이다. 민간 제트기 가운데 가장 빠른 최대 속도 마하 0.925를 자랑하는 이 모델은 전용기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비행은 김포공항을 출발해 강원도 강릉 상공을 지나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비행시간은 약 40분 소요됐다. 

조종석 모습

김포공항 주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G650ER은 생각보다 날렵했다. 길이 30.41m, 폭 30.36m, 높이 7.72m로, 일반적인 중장거리 노선 투입 여객기인 보잉 777-200ER(길이 63.73m, 폭 60.93m, 높이 18.76m)의 절반수준이다.
크기는 작지만 ‘위잉’하는 엔진소리만큼은 잡소리 없이 청아하기까지 했다. 걸프스트림의 엔진은 고요한 럭셔리차로 유명한 롤스로이스(엔진명 BR725 A1-12)가 만든다. 

주기장과 이어진 10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니 초호화 G650ER의 내부가 펼쳐졌다. 흰색에 가까운 베이지색 가죽시트와 브라운톤 하이글로시 테이블이 작은 응접실을 옮겨다 놓은 듯 했다.
총 14개 좌석은 좌우 1열 좌석과 우측 2열로 마주보는 4개 좌석, 3인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소파식 좌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손수 제작된 넓은 가죽시트는 푹신하기보다 다소 딱딱한 편이었다. 4인이 마주보는 가죽 좌석 앞에는 하이글로시 탁자가 놓여있어 다리를 쭉 뻗어도 상대좌석에 닿지 않을 만큼 널찍했다. 탁자를 아래로 내리고 좌석을 붙이면 더블 침대로 활용할 수 있다. 

좌석 오른쪽에 달린 자동버튼 장치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트 각도, 창문 커튼 조작이 가능하다.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올리듯 버튼을 위아래로 조작하면 강한 빛을 차단하는 부직포 느낌의 엷은 커튼과 모든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암막커튼이 순서대로 내려온다.
 
걸프스트림 G650ER 내부모습.

 G650ER에 설치된 창문은 항공기 최대규모인 16개 파노라마 윈도우로, 일반 여객기 창문의 두배 정도 크다.
전용기 중간부분에 위치한 하이글로시 장(欌)은 처음에 밋밋했지만 버튼을 누르니 안에 숨어있던 TV스크린(26인치)이 자동으로 올라왔다. 이른바 ‘팝업 TV’로 영화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아래 수납공간은 멀티기능 프린터기와 와인셀러가 준비돼 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소파식 좌석이 눈에 띈다. 소파 아랫부분을 펼치니 순식간에 2인용 침대로 변신했다. 직접 침대에 누워봤다. 패브릭 소재의 푹신함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걸프스트림 관계자는 “객실을 고객 마음대로 꾸밀수 있다”며 “자신의 방을 그대로 옮겨놓거나 서재로 꾸미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이착륙은 놀랄만큼 조용했다. 이륙할 때는 큰 소음과 몸의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역방향 좌석에 앉은 탓에 이륙 중 롤러코스터를 탄 듯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정상고도로 진입하는 시간이 짧아 불편함은 없었다.
운항 중에도 흔들림이 거의 없어 탁자 위에 마음놓고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부호들이 ‘하늘 위 집무실’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마트폰에 걸프스트림 앱을 다운받으면 기내 온도, 조명, 테이블 개폐, 엔터테인먼트 장치 등을 개인 리모콘처럼 조작할 수 있다.

G650의 안정성은 높은 순항고도 덕분이다. 허먼 차이(Herman Chai) 걸프스트림 아시아지역 부사장은 “대형 여객기의 순항고도는 3만피트 이하인 반면 G650ER은 4만1000~5만1000피트 상공까지 올라간다”며 “5만피트 이상 올라가면 난기류가 상대적으로 적어 비행기가 덜 흔들리고, 항공기도 별로 없어 혼잡하지 않아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륙시 진동이 적은 이유로는 “일반 여객기는 기본적으로 무겁고 연료도 꽉 차 있어 이륙할 때 연료를 일정 정도 소비하면서 올라가는 단계적 상승비행을 하지만 전용기는 기체가 작고 저항을 덜 받아 곧바로 올라가기 때문에 안정적이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안 공기는 일반 여객기보다 쾌적했다. G650ER은 2분마다 신선한 외부 공기를 유입해 객실 공기를 환기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비행 피로감을 덜어준다.

최신 기종답게 정보기술(IT)과도 접목돼 있다. 스마트폰에 걸프스트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내부 시설과 호환된다. 스마트폰이 개인 리모콘 역할을 하며 창문덮개나 테이블 개폐, 좌석 주변 온도와 조명 밝기, 엔터테인먼트 등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기내에서는 특정 위성과 연결된 와이파이와 전화도 사용할 수 있다. 

가죽의자로 변신하는 기내 화장실 변기 덮개.

비행기 뒤쪽에 위치한 화장실에는 호텔처럼 최고급 자재와 욕실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변기 뚜껑이 가죽 의자로 돼 있어 고급스러움과 깔끔함을 더한다. 또 거울 뒤 옷장 등 곳곳에 숨겨진 수납 공간이 있어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난다.

앞쪽 조종실과 객실 사이에는 갤리(항공기 내 주방)가 있다. 이곳에는 대류열을 사용한 컨벡션 오븐과 전자렌지, 에스프레소 기기를 포함한 2대의 커피머신, 와인잔 및 도자기 등 만찬용 식기류 등이 완비돼 있다.
G650ER은 마하 0.85의 속도로 운항하면, 최대 항속거리가 1만2964㎞에 달한다. 서울에서 출발, 미국 뉴욕은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서울에서 출발해 논스톱으로 미국 뉴욕까지 1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일반 여객기보다 45분 가량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G650ER의 가격은 대당 6700만달러(762억원)에 이르지만, 구매하려는 슈퍼리치가 줄을 섰다. 지금 당장 주문하더라도 2년 후에나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있다.
걸프스트림 G650ER 비행모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 항공기가 출고가보다 비싼 가격에도 팔리기도 한다. 최근 영국의 억만장자 버니 에클레스톤(Bernie Ecclestone) 포뮬러 원(F1) 회장은 보유 중인 G650을 아시아의 한 부호에게 팔았다. 당시 매각 대금은 7200만달러(819억원)로, 구매 당시 출고가(6450만달러ㆍ733억원)보다 750만달러(85억원) 더 비쌌다.

사실 비즈니스 제트기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구매가보다 유지 비용이다. 세금과 승무원 인건비, 유지비 등을 합치면 연간 200만~300만달러(23억~34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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