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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팀목대출’ 급감…잘못 짚은 전세 지원책
국민주택기금 활용한 전세자금대출
9월말기준 지난해보다 28.5% 줄어
민간 전세대출은 되레 크게 증가

만 19세이상 세대주·무주택자 등
가입 조건 까다로워 현실 반영 못해



전세난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싸게 빌려주는 전세자금대금 대출 실적은 큰 폭으로 줄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같은 시기 민간 은행의 전세대출은 급증해 정부가 제공하는 전세자금 대출 설계가 잘못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은행의 전세대출 실적은 크게 늘었지만, 정부 전세대출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전세대출의 설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인 ‘버팀목대출’ 실적은 9월말 총 3조2901억원(8만1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307억원(10만3036건)보다 28.58%나 줄었다. 버팀목대출은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근로자,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저금리 전세자금대출이다. 정부의 무주택 서민을 위해 재원을 활용한 대출 상품이므로 민간 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낮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민간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전세자금대출 실적은 9월 말 총 7조43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5조2862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 전세자금 대출 실적도 9월말 기준 4조619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조3814억원)보다 급증했다.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이 크게 가장 큰 줄어든 원인은 가입 조건이 까다롭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팀목대출을 받으려면 ‘만 19세이상 세대주’, ‘무주택자’, ‘부부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신혼부부 6000만원 이하) 이하’라는 자격조건을 갖춰야 한다.

대상 주택도 전용면적 85㎡(읍면, 100㎡)이하여야 하고, 대출한도도 임차보증금의 70%이내에서 8000만원(1억원)까지다. 보증금 한도 제약도 있어 수도권의 경우 3억원(지방은 2억원)이 넘는 집에 입주하려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시중은행이 임차보증금의 5%만 납부하면 거래실적 등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긴 해도 웬만하면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는 것과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 전세자금 대출을 위한 이런 자격 조건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상이 되는 전세 물건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서울의 중위 전세아파트 가격은 3억5923만원이다. 정부가 정한 3억원 이하보다도 비싼 전세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전용 85㎡이하는 ‘월세전환’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점점 더 전세물건이 부족해지고 시세 상승세도 가파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전세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상주택 크기와 임차보증금 제한을 너무 낮은 수준으로 정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저금리기조를 이어가면서 저렴한 정책 금리의 장점이 희석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버팀목대출의 경우 연 2.5~3.1%를 지급해야 하지만, 민간의 전세대출금리도 이미 2%대로 떨어진 상태다.

신한은행의 신한전세자금대출의 경우 2.58~3.88%면 대출이 가능하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정부 기금대출의 경우 제약사항이 많고 과거에 비해서 정책금리와 시중은행 금리차가 크지 않아 민간대출로 몰리고 있는 것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버팀목대출 설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주택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버팀목대출의 대상선정 등 대출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 “주거 지원은 입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전세금 상승우려가 있지만 버팀목 대출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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