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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김성훈] 롯데 이산(離散)형제 상봉은 언제쯤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지난 20일 오후 4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두 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헤어졌던 60여년의 세월을 건너뛴 듯, 상봉단은 지난날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감회에 젖었다. 이산가족이 아닌 그 누구라도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뭉클한 시간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졌다. 이 호텔 34층에 기거하고 있는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을 차지하기 위한 장ㆍ차남 간 싸움이 볼썽사납게 진행되고 있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동생이 아버지를 34층에 연금시켰다”고 주장하고,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34층에 드나드는 형의 측근 인사들을 향해 “외부인들은 퇴거하라”고 엄포를 놨다. 양측은 급기야 형사고발까지 암시하며 서로에 대한 날을 세우고 있다.

말싸움이 길어지면 말이 꼬이듯, 수개월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 양측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억지논리까지 동원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측 인사를 총괄회장 비서직에서 해임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출신 인사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정식 인사 절차를 하나도 거치지 않은 것이다. 황제경영 행태로 비판받았던 ‘손가락 해임’을 또 한번 재현한 것이다. 국책은행장 출신의 민유성 고문과 기업 전문 변호사까지 붙어 조언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구시대적 경영이 반복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동빈 회장 지휘 하의 롯데그룹 역시 물색없기는 마찬가지다. 신 총괄회장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상황을 ‘진의’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태도다.

초등학생들마저 ‘롯데 분쟁’이 화제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이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에서 도대체 어린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상황이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만나 대화하는 일 뿐이지만, 형제 간 만남은 수개월째 없다고 한다. 오히려 언론이 중간 끼어 쌍방의 동향과 입장을 상대쪽에 전해주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산(?)한 롯데 형제는 언제쯤 상봉할 수 있을까. 롯데, 단어만 나와도 피곤한 게 요즘 현실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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