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이산 상봉에 눈물 바다된 금강산…사연도 가지각색
[헤럴드경제] 1년8개월만에 재개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은 기쁨의 눈물로 홍수를 이뤘다. 상봉 가족들마다 가슴에 품은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60년 넘도록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던 오빠의 모습이 문 사이로 보이는 순간 이흥옥(80) 할머니는 “아이고, 오빠!”를 외치며 부리나케 달려가 오빠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이 할머니의 오빠인 리흥종(88) 할아버지가 북측의 다른 이산가족들보다 조금 늦게 행사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남측 가족들은 초조하게 계속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출입문에 연세가 많은 분이 나타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 아니야’라며 탄식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고령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나타난 리 할아버지를 단박에 알아본 이 할머니가 달려 나가자 남측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어머, 오셨나봐!” “한 번에 알아보시네!”라며 따라나갔다.

할아버지는 가족을 만난 기쁨에 눈가가 붉어지고 입까지 파르르 떨었다.

가족들은 거동이 불편한 리 할아버지를 행사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힌 뒤 두 손을 꼭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만나지 못한 세월이 길었던 만큼 쏟아지는 눈물에 가족들은 길게 말을 잇지 못했다. 살아 있어 이렇게 만난다며 고맙다는 말을 서로에게 전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순규(85) 할머니도 호텔 연회장에 ‘반갑습니다’ 노래가 흐르자 의자에서 일어나 출입구를 살펴보며 헤어진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이옥봉(77) 할아버지도 60여 년 만에 만난 북측의 형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부터쏟아냈다.

“형님 돌아가신 줄만 알았소”라며 흘리는 동생의 눈물에 형 리옥관(86) 할아버지는 ‘네 맘 다 안다’는 표정으로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문수(71) 할아버지는 북측의 누나 박문경(83) 할머니의 거칠어진 손을 부여잡으며 바셀린과 비타민 등 준비해온 의약품들을 꺼냈다.

“누님, 이건 바셀린인데 손 틀 때 바르는 거고, 이건 뼈마디 아플 때 바르는 약, 이건 비타민인데 하루에 한 알씩 먹어.”김남규(96)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몸은 비록 남과 북으로 떨어져 있지만 김 할아버지의 북측 여동생 김남동(83)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녀도 남측에서 모두 의사 생활을 했다며 신기해했다.

북측의 선동기(81) 할아버지는 남측의 가족을 만난 기쁨에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며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양준성(65) 씨는 북측의 작은아버지 량만룡(83) 할아버지에게 준비해간 선산 사진을 보여주며 남측 가족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며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