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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프 보다 ‘팸셀’<패밀리세일의 준말>!
제조·수입유통사들 직원 대상
年 평균 1~2회·최대 90% 세일

브랜드 상품 구입기회 입소문
알뜰족 쇼핑 필수코스로 자리

업체 이월상품 재고털어 좋고
소비자는 고가제품 알뜰구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막을 내렸다. 기대보다 낮은 할인폭, 적은 참여품목 등 말도 많고 탓도 많았지만 장기 불황에 침체돼 있던 유통가에 회복의 불씨를 지피는 모멘텀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직구의 활성화로 몇해 미국발(發) 블프를 몸소 경험한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쉽다. 사고 싶은 상품을 특가에 사기 위해서 밤샘 기다림도 불사하는 ‘득템’(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다. 


숙제만 안겨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지나간 이후, 정작 미국판 블프 못지않은 광경이 벌어지는 곳은 따로 있다. 제조사, 수입유통사들이 직접 진행하는 ‘패밀리세일’이 바로 그 곳이다. 회사 임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차원의 세일형태로 시작됐던 패밀리세일이 초특가에 브랜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최근 몇년새 알뜰족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것이다. 브랜드나 업체마다 연평균 1~2회, 최대 90%의 할인율로 이월 재고를 내놓기 때문에 패밀리세일만을 노리는 ‘팸셀족(族)’도 늘었다.

“늦게 들어가면 싸고 좋은 물건들이 없어서 일찍와야 해요”. 지난 14일 오후 12시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잡화브랜드 S사의 패밀리세일 현장. 번호표를 손에 든 사람들과 가방을 손에 들고 나오는 사람들로 매장 안팎이 북새통이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됐지만 이미 10시 전에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입장 순서가 적힌 번호표가 돌아갔다. 현장 앞에서 만난 윤모(여ㆍ 27) 씨는 “지난 패밀리세일에도 와서 괜찮은 가방을 싸게 구해서 이번에도 찾아왔다”며 “패밀리세일을 이용하면 시중가보다 최소 50%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다 득템의 재미도 있어 카페에서 공유되는 행사를 종종 찾는 편”이라고 했다.

S사의 패밀리세일이 있던 주에만 서울 곳곳에서는 주얼리, 잡화 등 다양한 브랜드의 패밀리세일이 진행됐다. 마찬가지로 오랜 기다림의 인내와 시중 매장보다 부족한 대고객 서비스를 감수해야하지만 득템을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패밀리세일의 영역은 의류에서부터 뷰티브랜드, 유아동, 아웃도어, 생활잡화 등 소비재 영역의 전 분야를 아우른다. 행사 정보는 주로 카페를 중심으로 공유된다. 고가의 화장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패밀리세일이나 유아용품 브랜드의 행사는 이른 새벽부터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실제 지난 4월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진행된 뷰티브랜드 L사의 패밀리세일 현장에는 새벽 6시경에도 30여명의 대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최근 진행된 잡화브랜드 M사의 패밀리세일의 경우 1인당 10분의 쇼핑제한시간을 두기도 했다.

L사의 행사장을 찾았던 양재동에 거주하는 이모(여ㆍ31) 씨는 “초대장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어서 수소문을 해 겨우 초대장을 구해 들어갔다”며 “브랜드 화장품 가격이 워낙 고가다보니 패밀리세일에서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해 쓰고 있다”고 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남는 것 없는 장사’만은 아니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일반 매장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상품들을 특가에 판매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더러 고객 감사 이벤트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제로투세븐은 매년 11월께 패밀리세일 등을 통해 유아동품을 최대 90% 할인 판매한다. 몇번 입히고 말지만 정작 가격이 부담스러운 유아동의류들이 3000원~5000원대에 판매되고, 하자가 없는 당해 출고 상품들이 특가에 나오기 때문에 자녀를 둔 주부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가장 좋은 행사 중 하나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연말에 할인폭을 높여 제품을 순환시키는 의미에 더해 마진없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자사 및 관계사 임직원과 지인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여는 행사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올해는 창립 15주년을 맞아 규모를 늘려 관계사 임직원 및 지인을 대상으로 11월 셋째주께 계획 중”이라며 “소득 수준이 낮지 않아도 알뜰구매를 위해 꾸준히 찾는 엄마들이 많다”고 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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