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사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그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이른바 ‘접수’하려 한 데서 시작됐다. 롯데호텔 34층은 롯데그룹 측이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고 있고,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인사가 쉽게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신격호 회장은 ‘본인이 허락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 ‘집무실 주변에 배치해 놓은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CCTV를 모두 철거하라’는 등의 6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신동빈 회장에게 전달할 통고서를 작성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한국법인 SDJ코퍼레이션은 이날 오전 이 통고서를 내용증명으로 롯데그룹 측에 발송하는 한편, 오후에는 롯데그룹에도 방문해 관련 내용을 협의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오후 4시부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접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과 SDJ코퍼레이션의 정혜원 이사, 법무법인 양헌의 손익곤 변호사가 집무실 접수를 위해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들은 롯데그룹 측과 한참 대화를 나눈 끝에 집무실 접수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정혜원 이사는 “오후 4시부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접수했지만, 롯데 측의 방해로 완전히 접수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민형사 소송을 통해 완전히 접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를 위해 몰려든 기자들 역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발을 들이게 됐다. 집무실은 롯데호텔 34층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미닫이형 양문을 하나 열면 또다른 미닫이형 양문이 나타나는 식으로 겹겹의 문을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은 물론 침실 역시 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겼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신선호 사장과 함께 집무실에 있었다. 이들은 문을 잠그고 집무실에서 한참 대화를 나누다, 신격호 총괄회장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의 요구를 한참만에 수용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귀가 어둡고 말소리도 작았지만, 의식은 또렷해 보였다. 그는 “나는 아직 10년, 20년 일을 할 생각”이라며 아직 경영권을 놓을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한국 풍습을 봐도 후계자는 당연히 장남이 되는 것이다”라며 “한번도 (한일 롯데) 경영권을 분리한 적 없다”고 말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함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에 심신허약 상태여서 오늘 발언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며 “향후 경영권과 관련한 여러 상황과 맥락을 잘 설명한 후 다시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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