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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으로 부활한 비운의 시인 백석…그가 바란 세상은…
백석의 시는 ‘가장 한국적인 시’(평론가 유종호), ‘한국시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시’(평론가 김현)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시는 1987년 월북작가 해금조치 전까지 남한에서 읽을 수 없었다. 월북작가로 분류됐지만 백석은 고향이 평안북도 정주여서 북한에 머문 것 뿐이었다. 북한에서는 사상시를 쓰라는 강요에 시달리고, 남한에서는 읽히지 못했던 비운의 시인 백석의 이야기가 연극 ‘백석우화’로 옮겨졌다.

연극 ‘백석우화’<사진>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석의 행적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해방 후 백석은 한 목수의 집 문간방에 얹혀살며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을 쓴다. “이 습내 나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게 쌔김질하는 것이다”라고 읊은 이 시는 절창(뛰어나게 잘 지은 시)으로 꼽힌다.


동시를 주로 썼던 백석은 동시에도 사상을 담아야 한다는 북한 정권에 맞서다 삼수갑산 집단농장으로 유배된다. 몇 년 후 평양에 돌아오지만 그가 쓴 에세이 ‘이솝우화’가 북한 체제에 대한 야유와 조롱을 담았다는 이유로 다시 농장으로 쫒겨난다. 극중 백석이 피에로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읊는 이솝우화는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은 세치 혀”라는 이야기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中)라고 노래했던 시인은 이름없는 농부로 살다 1996년 85세로 생을 마친다.

기구한 삶 속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았던 백석의 시들은 배우들의 낭독과 노래로 소개된다. 소리꾼 이자람이 작창한 소리나 권선욱이 작곡한 곡들은 백석의 시와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낸다.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혜경궁 홍씨’, ‘길 떠나는 가족(이중섭)’ 등을 통해 역사적 인물들을 조명했던 이윤택 연출이 대본구성과 연출을 맡았다. ‘백석우화’는 오는 11월 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사진제공=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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