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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조작 아니라고요” NASA는 억울하다?
[HOOC=이정아 기자] “가까이에서 누군가 찍어준 사진 같은데? 셀카 사진인데 로버의 팔이 사진에 없잖아? 이봐 로버의 기체와 그림자의 모양도 서로 안 맞는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찍은 고해상도 셀카 사진을 공개할 때마다 터져나오는 의혹들은 때론 이렇게 귀결됩니다. “나사가 우리에게 뭘 숨기고 있는거지?”

나사의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샤프산에 있는 ‘큰 하늘(Big Sky)’ 지역에서 찍은 셀카 사진. 나사가 지난 6일 이 사진을 공개한 뒤로 온라인상에서는 ‘이같은 각도로 셀카를 찍을 수 없다’, ‘기체와 그림자의 각도가 맞지 않는다’는 등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NASA]

지난 6일 나사가 공개한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건 셀카 사진이 아니다’, ‘화성에 우리가 모르는 탐사선이 더 있는 게 아니냐’ ‘나올 수 없는 그림자가 나왔다’ 등 온갖 추측이 쏟아졌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그것도 바로 옆에서 큐리오시티를 찍어준 것만 같은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 한 장이 남긴 위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사는 “억울하다”고 전합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큐리오시티가 어떤 방식으로 셀카를 찍는지 영상을 만들어 이례적으로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게재까지 했을까요. 사실 큐리오시티 셀카 사진의 진실은 카메라에 있습니다.

큐리오시티 로봇 팔에 장착된 특수 카메라 MAHLI(Mars Hand Lens Imager)는 화각이 좁은 편입니다. 셀카를 찍을 때 한정된 범위만 찍을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큐리오시티는 다양한 각도에서 적게는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의 사진을 찍습니다. 수많은 사진들을 이어붙여 단 한 장의 셀카 사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사는 큐리오시티의 팔의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삭제합니다. 우리가 셀카를 찍을 때 자신의 팔이 나오지 않게 찍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나사 연구진들도 큐리오시티의 사진을 언론에 배포할 때 단 한 장의 잘 편집된 사진을 제작해 공개하는 것이지요.

논란이 재점화되자 나사는 큐리오시티가 어떤 방법으로 셀카를 찍는지 짧은 영상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때론 카메라 너머에 진실이 있기도 합니다. 큐리오시티 엔지니어링 카메라팀 최고책임자인 저스틴 마키는 이렇게 덧붙였는데요.

“큐리오시티가 카메라로 셀카를 찍을 때 로버의 팔이 카메라보다 뒤에 있도록 조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한데 합치면 로버의 팔이 나오지 않는 셀카 사진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 이쯤되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기실 겁니다. 나사가 이렇게나 정성을 들여서 로버의 셀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요? 수고스러움을 더해가면서까지 인증샷을 남기려는 건 아닐테고….

수많은 사진을 합성해 셀카 사진을 제작하는 이유는 로버에 손상된 장비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바퀴에 구멍이 난 건 아닌지, 먼지를 심하게 뒤집어쓰고 있는 건 아닌지, 로버의 주변 환경이 탐사를 하기에 안정적인지 등을 확인해야 큐리오시티한테 다음 업무를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나사의 다음 화성 로버인 ‘2020 로버’가 2020년에 도착할 예정인 만큼 그전까지 큐리오시티가 별 탈 없이 화성 탐사를 이어가야만 하기도 하고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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