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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영업시간 논란, ‘은행원 vs 고객’ 논쟁으로 비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은행 영업시간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지구상에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한국 외에 어디에 있느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놀란 은행들이 ‘영업시간 파괴’ 점포 확대를 추진키로 한 가운데, 은행을 찾는 소비자 상당수는 이번 기회에 모든 은행들이 영업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반면, 은행원들은 자칫 근무시간만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은 은행원과 비은행권 직장인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15일 온라인상에는 은행 마감시간 자체에 대한 불만을 넘어 은행원의 급여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상당수다.

“고액 연봉 받으면서 일 몇시간 더 하는 게 불만이냐”, “우린 평생 야근에 시달려도 연봉 2200만원이다” 등의 발언이 주를 이룬다.

강남의 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양모(27ㆍ여) 씨는 “가끔은 은행 볼일 보기가 힘들어 야간 은행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라며 “월급도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는데 좀 늦게까지 일해줄 순 없나 야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이모(31) 씨는 “4시에 셔터 닫고 바로 퇴근하는 게 아닌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주변 은행원들을 보면 다들 6시쯤 퇴근하더라”면서, “높은 연봉 받으면서 고객을 위해 2~3시간 정도 더 열어달라는 게 그렇게 큰 무리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은행원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종로의 한 시중은행에 다니는 은행원 류모(25ㆍ여) 씨는 “서비스업무 종료 후에도 시재관리, 환원자료관리 등 일이 산적해있다”며, “은행 업무도 편히 못 보게 하는 회사나 우리 사회 분위기가 문제인데 비난의 화살을 애먼 데 돌리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급기야 일각에서 “일이 힘들면 열등감 표출하지 말고 은행에 입사하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낸다.

은행 마감시간 논란이 ‘을 대 을’의 싸움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감정적 반응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논쟁은 노동자들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필요하면 부분적으로 일자리를 나눌 수도 있지만, 연장근무를 한다고 해서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치는 직장인들도 적잖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김모(32) 씨는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으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 대형 시중은행에 다니는 은행원 이모(29) 씨는 “정부의 금융 소비자 권익 강화 때문에 은행원들이 통장 개설에만 10장, 대출에만 30~50장의 서류를 작성해야하는 1차원적인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선진화 퇴보가 은행원만의 문제라고 말할 순 없는 것 같다”며,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온ㆍ오프라인를 막론하고 여론은 은행에 변형 근로시간제가 필요하다는 데 쏠리고 있다.

변형 근로시간제란 상권 특성에 따라 은행 영업점 운영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예컨대 직장인 밀집 지역 은행은 직장인 퇴근 시간에 맞춰 영업점 폐점 시간을 오후 7시로 늦추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120여곳의 점포가 4시 이후까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마트 입점 점포의 경우엔 주말에도 문을 열고 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소비자들이 적잖다.

이런 가운데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금융지주회장으로선 처음으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변형 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변형 근로시간제 확산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rim@herald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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