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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자 10명중 4명이 감정노동자…욕설·폭언등에 우울감 호소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국내 730여 개 직업종사자의 감정노동 강도를 분석한 결과 텔레마케터, 호텔관리자, 네일아티스트 등이 감정노동 강도가 센 직업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에게 무시를 당하고 폭언을 들어도 바로 상한 기분을 풀거나 배출할 여유 없이 또 다른 고객을 응대해야 하고, 즉시 다시 웃는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 ‘가면’을 쓴 이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10명 중 4명이 감정노동자=안전보건공단이 2013년 발표한 ‘감정노동 근로자의 건강관리방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임금근로자 1700만 명 중 740만 명(43.5%)이 ‘고객 상대 업무를 하루 절반 이상 수행’하는 감정노동자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고객으로부터 인격 무시 발언, 욕설 등 폭언은 물론 신체 위협과 성희롱까지 경험하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큰 것은 손님을 왕처럼 떠받드는 특유의 서비스업 문화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일부 고객의 불쾌한 요구와 언행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응대해야 하는 국내 한 콜센터 사무실 전경. [사진=헤럴드DB]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최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3096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26.6%가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증세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비스업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앞으로도 감정노동자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감정노동자는 더욱 힘든 근무환경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업들의 고객 최우선 방침에 더해 돈을 쓰면 ‘돈값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스스로 갑이 되려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감정노동이 ‘대세’=직업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소비하는 감정노동을 비일비재하게 경험한다.

가정이나 직장 등 가까운 사이에서 얼굴 붉힐 일이 생겨도 ‘좋게 웃으며’ 넘기려 노력해야 하는 경우가 적잖다. 직장인 신정수(29ㆍ가명) 씨는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려도 주위 사람들 눈이 있으니 ‘잘 될 거다’라는 긍정 에너지를 가지자고 주문을 왼다”며 “하루 종일 자기최면을 걸고 나면 기진맥진하다”라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들의 감정노동도 그 고통이 깊다. 대학 졸업을 앞둔 정인영(24ㆍ여ㆍ가명) 씨는 “공채 시즌에는 면접 탈락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 술 한잔으로 떨쳐버릴 시간도 없이 또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고 말했다.

▶국회, 감정노동자 보호입법 추진=학계ㆍ노동계 등이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심을 보이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노동개혁 5대 입법안에 감정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 관련 내용이 포함돼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7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정노동자 보호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 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6개 법률을 개정해 사업자들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가해자들을 형사고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 등도 감정노동자 보호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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