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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인테리어보다 한결 운치있는 공간 만들어…성숙기 전의 꽃 이용하면 더 선명하고 아름다워
값비싼 인테리어보다 한결 운치있는 공간 만들어…
성숙기 전의 꽃 이용하면 더 선명하고 아름다워


친구와 함께 남산 아래 경리단 길에 꽤 이름난 디저트 카페를 찾았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무렵, 주택가를 가로 지르며 한참을 걷다보니 오르막 한 켠에 고즈넉한 빛이 새어나오는 그곳을 발견했다. 은은한 붉은 빛, 어둠을 밝히기는 커녕 저녁무렵의 어둠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조명을 멀리서 바라보며 괜히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무릇 분위기 있는 조명과 멋부린 장식품들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에서 나를 반긴 것은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말린 꽃들이다. 천장이며 벽을 가득매운 꽃들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채 가게에 빈티지한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이미 색이 날아가버린 갖가지 종류의 꽃들이 비슷한 색의, 비슷한 온도의 느낌을 내뿜는다. 


유명한 가든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인 가와모도 사토시는 본인의 책 데코 플랜츠에서 이렇게 말했다. ‘드라이플라워만 걸어놓아도 방은 한층 운치있는 분위기가 된다’고. 경리단 어디 즈음의 이곳 디저트 카페에서 값비싼 인테리어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말린 꽃의 진가가 물씬 느껴졌다. 말린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꽃을 건네고, 꽃을 받는 순간은 늘 특별하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행복한 순간도, 입학식, 졸업식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도 언제나 꽃이 있다. 꽃이 선물한 시간, 꽃이 있어 더 특별해진 순간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다만 아쉽다. 하지만 마냥 아쉬워하기에는 드라이플라워에는 생화 못지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바랜 빛에서는 오래된 것들이 가진 따뜻함이, 은은하게 풍기는 향에서는 편안함이 감돈다.

언제든 좋다. 꽃이 만발하는 봄이든, 꽃 한송이 사기도 부담스러운 겨울이든, 정성스럽게 말린 드라이플라워는 어느 계절에도 잘 어울린다. 어디든지 좋다. 거실이며, 침실이며, 하물며 식탁이나 현관에도 은은하게 잘 녹아든다.


말려서 더 아름답다

드라이플라워란 말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꽃집에서 잘 말린 드라이플라워를 작게 묶어 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선물 받은 꽃을 집안 어딘가에 매달아 놓는 일도 그다지 특별한 작업이 아니다. 사실 꽃을 말리는 것은 꽃을 보관하는 방법 중 하나로 누구나 익히 잘 알고 있는 작업이다. 생각해보면 꽃이 마르는 것은 양분을 더이상 받지 못하는 꽃이 거쳐야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드라이플라워는 이 당연한 꽃의 ‘최후’에 가치를 더했다. 물이 필요없이, 시간의 제약없이 꽃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서 말린 꽃의 진가를 재조명한 것이다.

최근에 더 주목받기 시작한 드라이플라워는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미 15세기 경의 소설에는 장미를 말리는 방법이 나와있다고 한다.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기 위한 꽃을 선택할 때 딱히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안개꽃이나 장미, 양귀비 등을 많이 사용하지만 굳이 이들이 아니어도 본인이 좋아하는 꽃을 재료로 쓰면 된다. 빨강, 파랑, 흰색 등 단색의 꽃들은 말렸을 때 색이 더 선명해지고, 분홍색이나 노란색 등의 꽃은 은은한 빛을 띠니 참고할 것.

다만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때 더 보기 좋은 드라이플라워를 만들 수 있는데, 무엇보다 시들어가는 꽃이 아닌 성숙기 전의 꽃을 이용하면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드라이플라워를 만들 수 있다. 꽃을 말리기 전에도 몇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너무 잎이 많은 꽃은 꽃잎을 적당히 정리해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 좋고, 줄기가 너무 두꺼우면 칼로 줄기를 잘라줘야한다.

꽃을 말려보자

꽃이 마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꽃을 말리는 것은 꽤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있다. 건조시키는 방법부터 여러가지라 꽃이나 식물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건조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꽃을 거꾸로 매달아 말리는 것이다. 집에서 말릴 경우에는 꽃을 한 송이 혹은 작은 묶음으로 만든 후 줄 등으로 고정시켜 매달아 놓으면 그 과정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 줄기가 최대한 부서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 줄기가 마르면서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꽃이 떨어지지 않도록 꽃이 고정돼 있는지 틈틈이 확인해주는 것이 좋다. 습도가 높으면 꽃이 마르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피거나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고 건조한 곳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매달아서 말리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신문지 등을 깔아 그 위에서 말려도 좋다. 다만 이 방법은 꽃잎이 부서지기 쉬운 꽃 대신에 잎이나 나뭇가지, 열매 등을 말릴때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특정 부분만 마를 수 있고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어 때문에 가끔 뒤집어 놓으면서 말려야 한다. 줄기가 튼튼하고 곧은 식물을 말릴 때에는 간단하게 꽃병 등에 꽂아 말려도 좋은데, 이때 건조조건은 거꾸로 매다는 방법과 동일하다.

물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 드라이플라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즉 장소와 위치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데코레이션’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쉽게는 일반 꽃과 같이 꽃꽂이를 해서 장식하거나, 혹은 거꾸로 매달아 말렸다면 같은 방식으로 벽면에 장식하는 것도 좋다. 작은 묶음으로 만들어 빈티지한 종이를 이용해 간단히 포장하면 선물용으로도 좋은 드라이플라워 다발을 만들 수 있다. 말린 꽃의 잎을 따로 떼내서 에센셜 오일을 첨가시키면 향까지 오래 즐길 수 있는 포푸리가 된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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