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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사체 年 3만구…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 무연고 시체 상당수 연고자 있지만 가족들이 인수 거부…“죽어서도 차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지난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항 서부두 앞바다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해경은 시신을 수습해 서귀포 시내 모 병원에 안치하고 20~30대로 추정되는 이 여성의 신원과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변사체는 뜻밖의 사고나 범죄 등이 의심되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말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거나 바다에 기상이변이 생길 경우 발견자는 평소보다 배 이상 늘어난다.

이렇게 국내에서 발생하는 변사체는 매년 3만여구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1년 전체 사망자가 약 2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망자 가운데 12% 정도를 변사자가 차지하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

14일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변사체는 2만9461구에 달했다. 2013년의 3만1134구보다 1673구(5.37%) 감소한 기록으로, 2010년 이후 국내 전체 변사체 숫자는 연간 3만에서 3만3000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변사자 중 대부분은 신원과 사망원인이 파악되는 대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범죄에 휘말린 것으로 의심되거나 시신에서 범죄 단서를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수사 당국이 범죄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변사체의 부검을 실시하는 건수는 1년에 4000~5000여건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검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관할 지방검찰청의 검사가 갖는다. 검사가 변사자를 직접 검시할 때도 있지만 검찰의 지휘로 경찰이 직접 검시를 담당하기도 한다.

2013년까지 검사의 직접 검시율은 연간 4% 수준으로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병언 변사체 발견 사건’ 이후 대검찰청은 검사의 직접 검시를 연간 3000건까지 높이겠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당시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를 단순 ‘행려병자(나그네로 떠돌다 병에 걸린 사람)’의 시신으로 간주해 직접 검시를 하지 않았다.

결국 발견된 지 40여일이 지나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으로 유 전 회장 신원이 확인되면서 적지않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무연고 시체’의 인도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무연고 시체는 노상에서 신분증 없이 변사체로 발견된 후 특별한 연고자를 찾지 못한 시체를 일컫는다. 하지만 연고자를 찾더라도 연고자 측에서 시체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에도 무연고 시체 자격으로 처리되고 있어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무연고 시체 1912구 가운데 612구는 연고자 측에서 시체를 인수하지 않아 무연고 시체로 분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무연고 시체는 의과대학에서 교육ㆍ연구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해부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차별 소지가 있고 망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지난 5월 무연고자 시체라도 의과대학 해부학 교육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서영 한동대 교수는 “한국도 시체 기증자가 늘어나면서 무연고 시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전국 모든 대학에 시체가 균등하게 기증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기증자 명부 제도’ 같은 행정적인 법 체계를 마련하고 기증된 시체의 효율적 회수ㆍ관리ㆍ분배가 이뤄지도록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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