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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편하고 깔끔 vs 빈부격차 초래”…캠퍼스 상업화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
스타벅스등 프랜차이즈 속속입점
수익으로 등록금 낮출수있어

일부선 “학생위한 공간 태부족”
비싼 4천원짜리 커피등 지적도


13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지하캠퍼스. 이곳에 새로 문을 연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는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커피를 사 들고 캠퍼스 다른 곳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 김모(22ㆍ여) 씨는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학교 안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으니 편하다”고 했다. 
지난 7일 문을 연 서울 연세대 지하 캠퍼스에 들어선 상업시설들.

연세대는 2년간의 ‘백양로 프로젝트’ 공사를 마치고 새 단장한 캠퍼스를 지난주부터 개방했다.

정문에서 본관 앞까지 이르는 곳에 주차장 등 지하시설을 만들고 상업시설도 유치했다. ‘상업화의 상징’ 격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파리바게뜨, 잠바주스, CU 등 외부 프랜차이즈가 캠퍼스로 들어와 운영을 시작했다.

총 900억 원이 들은 이 공사는 설계 당시 교수ㆍ학생들의 ‘구성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밀어붙이기식 개발’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연세대는 지난 2010년에도 교보문고 입점 계획이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동안 연세대는 생활협동조합이 매점, 카페, 문구류, 서적 등을 판매하며 캠퍼스 상업화 여파가 거의 닿지 않은 곳이었으나, 백양로 프로젝트로 상업화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이보다 훨씬 앞서 2000년대 초반부터 각 대학은 캠퍼스 리모델링에 열을 올려 왔다. 캠퍼스 면적이 한정돼 있어 지하로 눈을 돌린 것.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잇따라 지하캠퍼스를 짓고 카페,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등 상업시설을 들였다.

고려대 학생들은 안암캠퍼스 지하 중앙광장을 ‘고엑스(고려대와 코엑스의 합성어)’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했다. 
지난 7일 문을 연 서울 연세대 지하 캠퍼스에 들어선 상업시설들.

학생들은 새단장한 연세대 캠퍼스를 보며 ‘예뻐지고 깔끔해졌다’거나 ‘차가 지하로 다녀 편해졌다’는 반응을 우선 보였다. 이 학교 학생 이모(20) 씨는 “길이 쭉 뻗어서 다니기 편하고 학교에서 갈 곳이 더 많아져서 선택권이 넓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학교가 프랜차이즈를 들여와 임대료 수익을 내면 등록금 의존율이 낮아져서 좋은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생 자치공간의 확충 없이 상업시설이 들어왔고, 생협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설에 비해 높은 가격이 책정돼 이용에 불편을 겪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졸업생 소모(25ㆍ여) 씨는 “처음 지하캠퍼스에 들어와 봤는데 헤매고 있다”라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고 주차장이 대부분이어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오모(23ㆍ여) 씨는 “생협에서 파는 1000원짜리 커피와 프랜차이즈 4000원짜리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이 갈릴 텐데, 왜 학교에서도 빈부격차를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내 상업시설 유치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편의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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