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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네와 레고 맞추기
노인네들의 삶은 단조롭기 짝이 없다. 간혹 사회봉사나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메우고 있다. 주변에서 재미있게 노년을 보내는 방법을 얘기하지만 그건 정말 훈수일 뿐이다. 각자가 처한 조건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별 효용가치가 없다.
은퇴를 앞두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어~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달에 책 2권 읽기, 영화 연극 클래식 공연 보러가기, 가능하면 자주 운동하기 등이 나름대로 정해 놓은 나의 삶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시간은 남아돈다. 남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레고 맞추기이다.
얼핏 애들 장난감과 늙은이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조그만 블록을 맞추는 어린이용이 대부분이지만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기계를 조립하거나 건물이나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성인용도 상당히 많다. 나이에 맞는 장난감(?)이 즐비하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에서 탄생했다. 한 목수가 어린 조카들은 위한 장난감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1947년 레고는 나무대신 플라스틱으로 제조되었고 이때부터 수요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면 먼저 만든 것을 부수어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실망하곤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요철 달린 불록이다. 1958년이다.
요철을 단 블록이 별 것 아닌 듯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혁명적이었다. 요철의 레고 불록은 2개만 있으면 24개의 조합을 만들 수 있고 6개가 있으면 9억여개의 조합이 가능하단다.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것은 다 만들 수 있고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때부터 레고는 글로벌 상품, 모든 연령대의 장난감으로 탈바꿈했다.
레고는 90년대말 UCS(Ultimate Collector‘s Series)를 선 보였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전함이나 스타파이터를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어른들도 밤새우면서 레고에 빠졌다. 또 1997년에는 MIT대학과 공동으로 움직이는 레고 마인드스톰을 만들었다. 마인드스톰은 불록과 전기 모터, 기어, 차축 그리고 전자 센서를 장착해 실제와 흡사한 구조물을 조립할 수 있었고 레고는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금 내가 만지작거리는 장난감(?)도 이런 종류중 하나이다.
레고 조립을 하면서 몇 가지를 느꼈다. 우선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해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애써 만들어 놓은 것이 잘못될 경우 이를 바로 잡는 일은 새로 조립하는 것만큼 힘들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혼자 작업하기 때문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맞추어야 할 부품이 작아서 손놀림이 정교해지고 눈썰미도 좋아진다. 그리고 부품들을 연결해 전체로 가는 조립과정의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늙은이에게는 고요함을 즐기고 한가로움을 훔친다는 습정투한(習靜偸閑)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시간을 보내기는 안성맞춤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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