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기획-마을이야기]빽빽한 아파트숲 마을공동체로 사는 재미 두배
-‘길음예술사랑방’ 문화로 소통 동네 아이들 ‘사랑방’ 자리매김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선 곳에도 마을공동체가 있을까. 서울 길음동은 최근 몇년 새 달동네에서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상전벽해한 지역이다. 이름하여 길음뉴타운. ‘길음예술사랑방’은 길음동 마지막 미개발 지역인 미아초등학교 앞 연립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엔 이쪽(연립주택가)이 좀 더 잘 살았어요. 뉴타운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대로 남아있죠.”

길음예술사랑방을 운영하는 성낙경 대표가 말했다. 길음예술사랑방은 마을공동체의 한 형태인 ‘마을예술창작소’다. 줄여서 ‘마술소’로 부른다. 서울 시내에는 총 32개의 마술소가 있다.


“마을에 사는 예술인이 이웃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고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이예요. ‘예술을 통해 마을에 마술이 이뤄진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담고 있어요.”

길음예술사랑방은 미술분야 예술인이 모여 만들었다. 성 대표도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여기에 ‘사회적 부모’ 개념을 더했다.

“내 아이만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집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껏 하자고 기획했어요.”

그렇게 길음예술사랑방은 동네 아이들의 ‘사랑방’이 됐다. 2012년 길음뉴타운 한 아파트 필로티(건물 1층이 주차장 등으로 비어있는 공간)에서 시작했고, 최근 서울시가 지은 ‘길음소리마을센터’로 이전했다.


현재 동네 초등학생 20여명이 미술교실<사진>과 요리수업을 듣고 있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방과후수업’인 셈이다. 미술수업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학부모 3명이 진행한다. 성 대표는 여기서 ‘대장쌤(대장선생님)’으로 불린다. 미술선생님 중 일부는 실력을 인정받아 인근 초등학교 방과후수업 정식교사로 일자리까지 얻었다.

길음예술사랑방은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공짜’는 아니다. 배움의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 어떤 수업이든 한번 참여하는데 1만원을 내야 한다. 서울시 보조금은 강사료와 재료비, 간식비 등에 쓰인다.

성 대표는 개인적인 ‘재능기부’로 지역 취약계층 중ㆍ고등학생 5~6명에게 별도로 미술을 가르친다. 열악한 가정형편의 취약계층 자녀이거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학생이 대부분이다. 성 대표는 이들의 ‘사회적 부모’가 된 것이다. 미술수업과 심리상담을 진행한지 3년이 지나면서 삐딱해진 아이들이 바른 길로 들어서는 성과도 나왔다.

길음예술사랑방은 내년부터 길음중학교와 ‘마을학교’로 운영된다. 서울시 보조금 없이도 유지되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이들이 ‘억지러 왔다가 재밌어서 계속한다’는 말을 많이 해요. 마술소의 특수성을 학교와 연계하면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p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