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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작 조희팔 가족들은 사망신고 안했었다…미스터리 증폭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희대의 사기범’인 조희팔(58)의 생존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조희팔의 가족들은 그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망을 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는데 가족들이 사망신고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공안을 토해서 사망사실을 확인한 건데 혹시나 하는 가능성에 대비해 지명수배 상태는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헤럴드DB

또 그의 생존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지금도 명확한 것은 조희팔이 사망했다라고 할 만한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며 “지난 3년간 생존반응이 없다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물건을 산다든지 누군가를 접촉하면 어떤 형태로든지 첩보가 들어왔을 것”이라며 “페이스오프를 하더라도 살아있으면 그런 첩보가 들어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당시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공식 발표를 한 박관천 전 경찰청 지능수사대장에 대해선 “평소 소신이 강한 유형의 사람”이라며 “자신의 상사에서도 그렇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박 전 지수대장이 사망 발표를 하기 직전까지 경찰청 수사국장 자리에 있었다.

한편, 경찰은 사망을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조씨에 대한 지명수배를 철회하지 않고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가 발견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으나 조씨의 시신이나 DNA 등을 통해 사망 사실이 100% 확인되지 않아 지명수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조씨의 은닉자금을 수사하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씨가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2012년 5월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응급진료와 사망진단을 한 의사와의 면담, 시신화장증,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른 동영상 등을 근거로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조씨의 시신이 이미 화장된 상태여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는 못했다.

통상 사건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경찰이 조씨의 지명수배를 유지한 것은 경찰이 조씨에 대한 수사를 접지 않았음을 뜻한다.

경찰은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이 확인된 2009년 6월 인터폴에 요청해 조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씨의 최측근인 강태용(54)씨가 국내로 송환돼 (조씨의 생존과) 관련된 진술이 나오면 당연히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쳐

이날 경향신문은 조씨의 조카라는 A씨와 조씨 측근이라는 B씨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녹음 내용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통화는 조씨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제로 두 사람이 여러 문제를 상의하는 내용이다. A씨는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삼촌이 ~했다’는 식으로 여러 번 말하고 있다.

이 녹음파일에는 조씨가 전 검찰 고위간부 등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조씨가 중국에서 도피 중이던 2011년 모 변호사가 현지에서 조씨를 만났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두 사람이 통화한 시점은 2012년 2~3월로 알려졌다. 파일은 총 23분 분량이다.

녹음파일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밝힌 조씨의 사망 시점(2011년 12월) 이후에도 조씨가 살아 있었고 검찰 고위층 등에 구명 로비를 한 것이어서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경찰은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조희팔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장례 동영상과 사망 서류가 근거였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도 중국 현지에서 ‘조희팔 목격담’이 제기되는 등 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도 중국 칭다오의 한 골프장에서 조희팔 생존 증거를 찾아냈다. 그곳 골프장에서 조희팔이 2011년 12월 19일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날 이후에도 골프를 친 기록이 확인된 것이다. 조희팔은 골프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웨이하이에 있는 그의 단골 식당에서는 조희팔이 올해 초까지 거기서 식사를 하고 갔다는 현지 종업원의 목격담도 확보했다. 또한 중국 위조 브로커를 취재한 결과 돈만 주면 사망증명서 등의 위조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한편 조희팔의 최측근 강씨가 중국 도피 7년 만에 체포되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무부와 대구지검은 중국 당국과의 협조를 통해 이르면 15~17일께 강씨의 신병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강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정ㆍ관계와 수사당국을 상대로 하는 광범위한 로비 정황이 드러날 경우 ‘권력형 게이트’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희팔 사건’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과 측근들이 전국에 10여개의 유사수신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부터 5년동안 약 4만여명의 투자자를 모아 약 4조원 가량의 돈을 가로챈 사건을 말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조희팔의 사기 행각으로 발생한 피해액이 무려 8조원에 이르고 조씨가 적어도 2조원 이상을 가로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팔의 최측근 강씨는 유사수신 업체들의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재무와 전산 업무 등을 총괄하면서 ‘조직 내 2인자’로 꼽힌 인물이다. 사기 행각이 들통나자 2008년 12월 충남 태안에서 조희팔과 함께 중국으로 밀항했다.

특히 강씨가 중국 도피 전까지 각종 인맥을 동원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2억4000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징역 7년형이 확정된 김광준(54) 전 부장검사가 강씨와 대구 Y고교 동창이었고, 십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대구지검 서부지청 출신의 오모 검찰서기관 역시 강씨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지난 2일에는 대구지방경찰청 권모(51) 전 총경이 2008년 9월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사기 등)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ㆍ관계 주요 인사와 수사당국의 ‘비호’ 없이는 조희팔과 측근들의 사기ㆍ도피 행각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 표창원 박사는 “조희팔 사건은 하나의 사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부정과 부패와 불합리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사건”이라며 “강하고 청렴하며 결코 타협하지 않는 동시에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과 검사, 판사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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