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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종합심사낙찰제’ 관건은 발주처 자의적 판단 배제
정부가 300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 공사에 ‘종합심사 낙찰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격적 요소 외에 공사 수행 능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정도를 두루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점 만점에 가격은 50~60점, 공사 수행능력은 40~50점으로 하고 사회적 책임은 가점 1점으로 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책임은 가점 1점에 불과하지만 응찰 기업의 점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책임 부문은 고용, 공정거래,건설 안전, 지역 업체 등 4개 세부 항목으로 나뉜다. 정부는 각각 0.2~0.4점 범위에서 발주기관이 배점을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가장 낮은 가격이 평가의 잣대였던 최저가낙찰제는 15년 만에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최저가 낙찰제는 기술 경쟁을 유도해 공공 공사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을 절감한다는 취지로 2001년 부활됐다. 그런데 애초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담합과 부실 공사 양산 이라는 부작용만 커졌다. 건설사는 넘치는 데 공사물량은 갈수록 줄다보니 기술력 보다는 제살깎기식 덤핑 경쟁이 시장을 혼탁케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정부발주 공사(200억원 이상)는 2009년 61조원에서 작년에는 17조원 규모로 급감했다. ‘일감 절벽’에 몰린 건설사들은 저가 낙찰 뒤 하청을 주면서 가격을 후려쳤고 작은 이문 이라도 남겨야 하는 하도급업체들은 미숙련 또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투입하다 보니 부실공사와 산업재해율이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의 덫에 빠져 버렸다. 이제라도 이런 문제를 바로잡을 대안을 내놓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종합심사제도가 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원조 격인 적격심사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심사자의 자의적 판단이 커지게 되면 그만큼 비리가 끼어들 소지가 많다. 가격요소가 줄어드는 만큼 대기업 쏠림이 심화될 여지도 크다. 도로 최저가낙찰제로 가지 않으려면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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