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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간도 명분도 절대 부족한 ‘올바른 한국사’
교육부가 중ㆍ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내달 2일까지 행정 예고 기간동안 의견을 수렴해 최종 확정고시한다고 하나 규정된 절차일 뿐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 교육부는 11월 중 국사편찬위원회에 위탁해 집필진을 구성하는 등 ‘통합 한국사’ 교과서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야당 등 정치권과 학계, 교육계 등 각계의 거센 반발에도 한국사 국정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도 한번 없었다. 그 바람에 우리 사회는 끝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 깊은 소모적 논쟁과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시대 흐름의 명백한 역행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건 역사를 독점하겠다는 발상과 같다. 미래 동량인 학생들은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통해 사고의 탄력성을 키우고, 창의적 인재로 커 나간다. 북한 베트남 등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단일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이다.

정부의 국정화 논리는 현행 체제로 발행되는 역사 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점이 없지는 않다. 실제 일부 교과서의 경우 이념적 색채가 지나치게 강하고, ‘날림’이라 학생들의 균형된 역사교육을 저해할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국정화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집필 기준과 심의를 더 강화하고, 교육 당국의 수정 명령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면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정말 걱정되는 대목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이에 따른 교육 현장의 혼란이다. 우선 집필진 구성이 문제다. 교육부는 각 분야 역사 전문가들로 최고의 집필진을 구성해 투명하고 균형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국사 전공 교수와 교사 대부분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명망있는 학자’들이 ‘국정화 작업’에 선뜻 나설지 의문이다. 결국 당국의 입맛에 맛는 일부 학자들이 편찬을 주도하게 될 공산이 크고, 오히려 지금과 정 반대의 ‘이념 편향’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시간도 너무 촉박하다. 2017년까지 보급하려면 집필과 제작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건국 과정과 남북 문제, 산업화와 민주화 등 첨예한 역사적 쟁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그 논의에 걸리는 시간만 해도 1년으로는 부족하다. 정권차원에서 밀어붙여 시간에 쫓기며 졸속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는 지속적일 수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교과서는 또 바뀔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이 책임은 모두 박근혜정부가 져야 한다. 행정 고시 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교육은 정치적 이해와 관계없이 백년대계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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