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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우간다와 비교(?)되는 한국금융
뜬금없이 우간다가 화제가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검은 히틀러’ 이디 아민이었다. 1971년 쿠데타로 집권, 권좌에서 축출된 1979년까지 집권했던 아민은 아프리카 현대사의 가장 잔인한 통치자로 악명이 높았다. 그의 집권 동안 50만명이 살해됐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상상초월 기행(奇行) 때문이었다 . 한국의 장년층들은 독재자보단 해외토픽란에 자주 등장, 화제를 뿌렸던 아민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의 기행은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다. 권투얘기만 간단히 보자. 그는 190cm가 넘는 거구로 우간다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다. 일본의 한 프로모터는 세계적인 격투기가 1979년 6월 10일 우간다 수도 캄팔라 축구경기장에서 15라운드로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3만50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서 맞붙을 선수는 세계적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그리고 아민이었다. 심판은 당시 세계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 세계적인 대진이라 할 만했다. 이노키는 “대통령이지만 선수일 뿐 봐주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결국 주일 우간다 대사가 이를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탄자니아와 분쟁이 잦았던 아민은 1978년 탄자니아 대통령과 권투시합을 벌여 분쟁을 결판내자고 제안했다. 아민은 자신이 복서였던 점을 감안, 자신은 한손을 묶고 양다리엔 무거운 짐을 달아 맨다는 자비(?)를 탄자니아 대통령에게 베풀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아민 말곤 딱히 떠오른게 없는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되는 아프리카에 있는 세계 최빈국 우간다, 3만달러를 눈앞에 둔 OECD국가 대한민국이 요즘 자주 비교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금융성숙도에서 한국은 87위, 우간다는 81위를 기록했다. 금융위는 WEF조사가 자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발표에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후폭풍(?)은 간단치 않다. 최경환 부총리가 국내 금융권 수장과 만찬에서 ‘우간다, 이기자’란 건배사를 외쳤다. ‘우리 금융이 간다’란 뜻이라지만, 우간다에 중의가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최 부총리의 건배사에 며칠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87위’를 언급하면서, 금융개혁은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힘줘 강조했다.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고, 아무리 그렇다해도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은 금융의 속성상 성과를 측정하기엔 시간이 오래걸리고 잣대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WEF 금융성숙도 순위가 2009년 58위에서 87위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금융에 대한 평가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입장에서 늘 논란이 되고 있는 관치금융의 문제, 낙하산 인사 등도 ‘87위’의 배경이다. 우간다 때문에 자존심은 구겨졌지만, 한국 금융에 대한 냉랭하고 냉정한 시선도 여전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건배사까지 나오고, 자신의 나라가 한국과 비교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간다 국민들은 알 지 궁금하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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