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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에 친구까지…교과서 하나로 ‘사분오열’ 된 대한한국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교과서가 이렇게 중요한 거였나?’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우리 사회가 또다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치권, 교육계, 시민사회계의 이념대결은 한층 격화되고,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의 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등 이념, 역사관, 연령 등에 따라 대한민국이 사분오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가족과 친구, 연인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면서 역사 교과서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분열병(病)’을 재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헤럴드DB

▶찬반 팽팽한 여론조사= 국정화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양쪽 의견이 비등한 상황은 여론조사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일 19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국정과 검정 교과서에 대한 선호도가 각각 42.8%, 43.1%로 조사됐다.

사진=헤럴드DB
이념 성향에 따라 대립 구도가 확연히 갈렸는데 새누리당 지지층 중 66.5%가 국정 교과서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 중 69.5%가 검정 교과서가 좋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도 20대(60.3%)와 30대(57.3%)는 검정 방식을 압도적으로 찬성한 반면 50대(49.7%)와 60대 이상(49.2%)은 국정 방식에 기울어 있었다.

중간 연령대인 40대는 국정(43.9%)과 검정(42.0%)이 거의 정확히 양분돼 있는 모습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일부터 이틀에 걸쳐 여론조사기관 타임리서치에 의로해 일반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국정화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각각 47.2%, 42.9%로 나타났다.


▶정계, 교계, 시민사회계 모두 ‘반(半)’으로=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국정화 이슈를 구실로 선명성 경쟁에 한창이다.

단순히 교과서 방식의 문제를 넘어 이념과 직결된 역사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보수, 진보 각 진영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특히 교과서를 사용할 학생들은 미래의 유권자이기 때문에 사전 표밭 다지기 차원에서라도 물러날 수 없는 대결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사진=헤럴드DB

학계에서도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유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이들이 교과서를 만들다 보니 매우 편향된 시각만 획일적으로 기술해 검정제의 좋은 뜻을 훼손하고 오히려 다양성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오히려 검정 역사 교과서가 여러 제도적 장치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다양성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원 단체 간 의견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가치중립적 교과서를 만다는게 시급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정 교과서는 유엔의 역사교육 지침에 위배된다며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도 반으로 나뉘었다.

대한민국헌정회·순국선열유족회 등 국정화에 찬성하는 보수 성향 단체들은 현 검정체제는 한국사 교과서가 이념 대결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철저히 사실로 규명된 ‘정사(正史)’를 교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헤럴드DB

▶세대갈등으로 비화되나= 세대간 갈등으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30 젊은층은 주로 다양성 훼손을 이유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편향된 역사관을 바로잡기 위한 고육지책 차원에서라도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많다.

이 때문에 가족 안에서도 입장이 나뉘는 경우가 있고,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등 국정화 문제가 개인적 관계 안에서도 의견차이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고 있다.


대학교 3학년인 김명준(25ㆍ가명) 씨는 “역사는 ‘시대를 보는 눈’이라고 배웠는데 한창 역사관이 자리잡힐 학생들이 한가지 눈에만 매몰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고준일(56ㆍ가명) 씨는 “가치관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학생들은 다양한 역사를 받아들일 소양이 부족하다”며 “일단 사실에 근거한 역사를 배운 뒤 대학에 들어가서 다양한 역사론을 배워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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