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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사회구조 급변한 한국…성년후견제는 필수” 이현곤 변호사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판단력이 흐려진 오너가 허무맹랑한 사업에 투자한다면…치매에 걸린 부친이 사기결혼을 당해 재산을 탕진한다면…”

최근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주목받는 제도가 있다. 성년후견제란 낯선 제도다. 재계에서도 화두다. 법정다툼으로 번진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계기다.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다. 아흔을 넘긴 신 총괄회장이 후계구도를 둘러싼 진의를 또렷하게 밝히지 못한 바람에 혼란에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재계는 롯데사태를 성년후견제가 필요한 일례로 꼽는다. 


성년후견은 고령ㆍ질병ㆍ장애 등으로 본인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 때 법원이 이를 도와주는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시행된지 막 2년이 지난 만큼 아직은 낯설다. 최근 성년후견제가 어떻게 자리잡고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등 견해를 담은 책이 나왔다. 이현곤(46ㆍ연수원 29기) 변호사가 내놓은 ‘성년후견제도의 이해와 활용’이란 저서다.

이 변호사는 성년후견제와 인연이 두텁다. 서울가정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할 당시 성년후견제를 준비하는 대법원 TF팀에 1년반동안 참여했다. 2013년 7월 성년후견제 시행 직후 후견심판을 최초로 맡기도 했다. 성년후견제가 태동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셈이다.

왜 성년후견제일까. 이 변호사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한국처럼 사회 구조와 가족 형태가 급변한 곳은 드물다”면서 “재산을 물려받는 자녀가 부모를 모시던 풍조도 옅어지고 가족이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유대감도 예전처럼 끈끈하지 않다“고 말했다.

후견인제도가 활성화될만한 구조적인 토대가 마련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법원서 처음 논의되던 당시 성년후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사회 전반에 퍼져있었다”며 “가족들이 장애인과 치매노인 등을 끝까지 돌본다는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후견제도가 이용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사각지대에 방치돼 보호받지 못하는 심신미약자나 노인들을 제도적으로 품어줘야한다는 얘기다.

창업주가 연로해 가업 승계가 활발한 재벌가와 중견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이 변호사는 “기업이 휘청하면 가정이 흔들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경영권이 합리적으로 별탈없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법적 대비책이 먼저 마련돼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신청건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다만 걸음마단계인 만큼 보완해야될 점은 아직 많다. 이 변호사는 “후견제가 오랜 전통으로 전해지는서구와 달리 한국서는 미완의 제도”라면서 “제도를 완성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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