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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4시에 문닫는 금융’으로 글로벌 경쟁력 회복은 요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외까지 나가 미진한 금융개혁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의 금융개혁 드라이브 강도가 한층 높아지는 느낌이다. 최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종 금융권의 고비용 저성과에 대해 비판했다.실제 최 부총리의 말은 어디 하나 틀린 게 없다. 가령 “금융개혁은 기대에 많이 못 미쳐 과연 이걸 개혁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 할 정도”라거나, “입사 후 10년차면 억대 연봉을 받는데도 일 안하는 사람이 많아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나온다”는 등의 발언이 그렇다. 특히 “오후 4시만 되면 문을 닫는 게 우리 금융”이란 지적은 관료적이고 타성적인 금융기관의 안이한 근무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최 부총리의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페루에 함께 온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국내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만찬석상에서는 그 강도가 더 높았다.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우간다, 이기자”라고 건배사를 했다. ‘우리 금융이 나간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떨어진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를 빗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금융업계로선 모욕에 가까운 노골적인 질책이자 개혁 압박인 셈이다.

최 부총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금융개혁은 말이 더 필요없을 정도다. 금융은 그야말로 경제의 ‘혈맥’이다. 신선한 피가 구석구석까지 잘 공급돼야 경제가 건강하고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낡고 보신적인 금융 관행을 혁신하지 않으면 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금융을 박근혜정부 4대 개혁과제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다. 그만큼 개혁 속도가 미진하고 더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만 닥달한다고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관피아’니, ‘정피아’니 하는 외풍과 인사 개입등 금융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정부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관치에 물들게 해 놓고 무작정 개혁만 강조하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금융산업이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을 강화해야 한다. 핀테크 육성 등 글로벌 흐름에 걸맞는 속도감있는 정책 지원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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