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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고? 정신질환?...주부 마트 절도범 2년새 두배↑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지에서 주부가 대규모 절도 행각을 벌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에선 한 백화점에서 3년간 수백 벌의 옷을 훔친 혐의로 A(42ㆍ여)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주부인 A씨는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께 부산의 모 백화점 의류행사 매장에서 80만원 상당의 유명 상표 옷 7벌을 쇼핑백에 넣어 훔친 혐의를 받았다. A씨 집에는 200여 차례에 걸쳐 백화점에서 훔친 옷 500여 벌이 발견됐다.

지난달 김포에서는 택시를 미리 섭외해 동네 마트를 돌면서 무려 1억8000만원어치의 식품을 훔친 주부B(6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2010년 말부터 약 5년간 김포와 인천 등의 마트에서 210번 넘게 햄, 참기름, 꿀 등을 훔친 혐의다. B씨는 퇴직 후 집에 있는 남편의 눈을 피해 한 달에 2∼4차례만 범행했고, 남편에겐 “목욕탕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서울에선 혼잡한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둔 손지갑 등 금품 130만원을 세 차례에 걸쳐 훔친 C(45ㆍ여)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C씨는 피해자가 물건을 고르는 사이 전단지로 손을 가리고 카트에서 지갑을 훔치는 수법을 썼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같은 절도 범죄는 2011년 백화점에서만 1500건, 슈퍼마켓 3875건, 편의점에서 2952건에서 2947건이 발생했다. 

이는 2013년에 백화점 2409건, 슈퍼마켓 6400건, 편의점 5083건으로 2년 만에 거의 2배나 증가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과 교수가 쓴 논문 ‘대형마트에서의 상점절도’를 보면 대형마트 절도를 저지른 이들을 분석한 결과 학생과 주부가 77.2%를 차지했다. 청소년보단 성인이, 남성보단 여성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 교수는 “예전에 비해서 마트 등에서의 소비주체가 여성으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절도 수법은 가방을 사용해 물건을 은닉하는 방법이 가장 많았지만, 신발 등을 현장에서 바꾸어 신고 가는 경우, 음식을 매장에서 먹어버리는 ‘현장형’, 저가 라벨을 고가 상품에 붙여서 계산하는 ‘라벨 조작형’ 등 다양했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상점에서 붙잡히는 절도범 상당수는 주부들인데 안타까운 생계형 범죄도 있지만 요즘에는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쳐 생활비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백화점에서 수백 벌의 옷을 훔친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이전에도 많은 옷을 훔쳤다. 도벽을 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집 장롱에는 한 번도 입지 않은 듯한 옷 500여벌이 장롱에 쌓여있었다고 한다. 택시를 섭외해 절도 행각을 벌인 B씨는 훔친 물건을 팔아치운 돈을 생활비로 쓰고 대출 이자를 낸 사례였다.

이 교수는 “상점 절도는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훈방 처리되고 경찰에 넘어가는 경우는 1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국내에선 크게 취급되지 않지만, 외국에선 쇼핑객 12명 중 1명이 물건을 훔친다는 조사가 나오는 등 작게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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